앤솔로지에 참여했던 글입니다.시간이 지나 공개합니다. 1. 눈을 뜨게나, 드렉슬러. 그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썹이 꿈틀거렸다. 긴 꿈을 꾸는 듯했던 남자의 얼굴에 드디어 생기라도 돋아나려 했다. 꽤나 큰 기다림이었다. 태양이 내리 쬐던 시간에서 웅크리는 계절을 몇 번이나 보냈었다. 로라스는 그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말라버린 얼굴과 몸은 그가 얼마나 지쳤는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일어난 남자의 눈에는 혼란스러움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알베르토?”드문드문 들리는 숨소리에 로라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어댔다. 그 목소리에 그제야 모든 것이 풀려버렸다는 듯, 하늘에 대고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내뱉었다. 그의 신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이리 저리 쳐다보는 드렉..
절대불변의 법칙 외전 1 촛불이 방 안을 확 빛나게 했다. 남자의 얼굴은 추레하거나 그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방 먹었다는 얼굴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별 거 아니라는 느낌이 가득했었을 지도 모른다. “경, 그는 어디로 갔습니까?” 그의 물음에 알베르토 로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것은 알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다만.”“그렇군요.” 그는 시선을 올려 로라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내 별 거 아닌 쓴 웃음을 지었다. “나는 내가 파멸을 좋아하는 이 인줄 알았습니다만, 아니었군요. 그가 파멸일 줄은.”“그거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않았습니까. 이사님.”“아, 그러했지.” 이내 추레했던 남자는 자리에 일어났다. 그는 그 자리에 멍청하게 앉아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17.1.9 등록 31일 삭제 ‘손목의 시계는 각기 다른 장소의 시간을 가리키며 분주히 움직이지만, 정작 내가 머무르길 원하는 곳은 시간이 멈춰져 있는 공간이다.’ 1 “사랑하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숨을 거둬가는 순간까지 그리 대답했다. 그 남자 릭의 눈빛은 진중하고 무거운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따라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는 가까워질 듯 했다. 릭은 그에게 있어서 넓디넓은 우주와도 같은 사람이다. 그의 눈빛과 말투는 모두 우주를 걷는 듯 가슴을 가볍고도 무중력에 빠진 듯 걸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남은 것이 무엇인가. 릭이 쓰러진 자리에서 수 없이 많은 물들이 흐트러지며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알면서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의 복부에 박힌 것이 제 칼이라 그런가. 알 수 없었다. 손에 무게가..
첫 번째 장. 생각을 해보게나.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야.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생각 또한 변하지 않을 답이었다. 그게 자네의 답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옳겠지. 그의 표정에서 무엇조차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게 내 답이 될 것 같다. 그 답의 정답은 없었다. 애매모호한 대답, 그 대답에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던가. 그는 단지 흔들리는 일렁이는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 애매한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난 것은 한숨과 거두어진 눈빛뿐이었다. 너의 질문에 회피한 것이 아냐. 회피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저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다. 흔들리는 눈빛을 바로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기엔..
일년 정도.. 되었고 제가 읽고 싶어서 업로드 합니다 오늘자로 올리는 게시글들은 1월 말일에 삭제합니다. 절 대 불 변 의 법 칙 결말은 언제나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변하지 않을 사실이며 증명이다. 그것이, 그와 자신의 관계가 아닌가. 언제나 바뀌지 않을,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미묘한 관계다. - 절대 불변의 법칙 ◈ ◈ ◈ 술잔을 기울리던 손이 여유롭게 술병의 입구에 닿았다. 코르크 마개를 뽑아내는 소리는 퍽이나 어떤 소리를 연상할 듯 오묘한 소리를 내었다. 달그락 거리는 와인 잔의 소리, 그 소리를 따라 올라가면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기 마련이다. 쇼파에 몸을 조금 더 기대어 여유롭게 몸을 뻗댔다. 익숙함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술을 나누는 이 시간은 다른 차원과 공..
나는 누구인가. 안개 속 같은 정신의 시간을 걸어 본다. 걸어보아도, 답은 나오질 않았다. 끝없이, 계속 걷자. 걷다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독하게 컴컴한 세상은 빛이라고는 내어주지 않았다. 안 돼. 아버지. 창조주, 아비라고 할 수 있는 그 사람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육신을 바꾸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정신마저도 바꿔버린다. 사람이 무엇이던가. 아, 그저 하나의 장난감인가? 착각의 늪에 빠져버린다. 안개는 점차 짙어지고 점차, 길은 보이질 않는다. ‘그녀에게 보내시오.’ 알 수 없는 그녀. 그녀에게 보내겠다고 수락한 아버지는 온 몸에 박혀있는 기계의 그것을 뽑아내었다.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육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전기가 통했다 사라지는 ‘제품’ 마냥 늘어트려지게 ..
전력 참여 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길을 조심히 걸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숨소리가 조금씩 가빠지는 듯 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은, 릭은 조심스럽게 길의 끝을 쳐다보는 것을 택했다. 발에 닿는 부드러운 흙의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이 길을 왜 걷게 되었더라, 공허했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 공허한 생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남은 것이라고는 땅에 지탱하고 있는 두 발바닥뿐이었다. 뭘 잊었더라, 뭘 잊고 이렇게 걷고 있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릭은 담담하게 늘 그랬던 것처럼 길의 끝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뿐이었다. 손바닥에 무엇인가 놓은 듯 기분이 들었다. 그 것을 잊고 걷는 것은 기분이 오묘했다. **** ‘그가 보이질 않다.’눈빛..
눈을 뜰 수 없었다. 아래를 내려 보아도 위를 쳐다보아도 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큰 부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던 이들은 입을 닫고, 그를 그렇게 시기했던 이들은 그를 보며 놀릴 뿐이었다. 지독하게 오만했던 그 남자는 이젠 장님일 뿐이라고 그더러 손가락 짓을 하며 그를 우습게 여겼다. 혼자 살아가는 그 남자, 아무도 관심도 없었던 그 남자의 눈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꽤나 크게 퍼졌는지 그에게 오는 수많은 육체적 협박들은 그를 지치게 만들어버렸다. 그의 눈을 가리던 천, 아릿하게 아파왔던 것, 그리고 고름이 차버려서 깜빡이는 것조차 어려웠던 것, 연구 도중 폭발물에 휩쓸려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었다. 의사는 희망을 가지라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신체 능력을 본다면 충..
take me away part. 2 about rapid. take me away part. 2 about rapid. 그들에 대하여. 그들은 본디 천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버려 새로운 힘을 얻었고,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그들을 결코 용서 할 수 없을 것이다. 결코. *** “경!” “왔느냐, 벨져.” “부당합니다. 경.” “무엇이.” “당신이 사라지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편지에 적었다고 생각했다. 벨져.” “당신이 없으면, 검의 형제 기사단은…!” “네가 있지 않나. 벨져.” 주먹을 꼭 쥐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벨져, 나는 너를 믿는다. 그 말은 주홍 글씨처럼 제 가슴에 박혔다. 당신이 잘못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말을 입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 죄인처럼 고개를..
조용히, 그 남자를 보며 숨을 내뱉는다. 그 남자를 결코 좋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투명해 보이는 유리처럼 보이는 것은 유리가 아니었다. 몇 번이고 부딪혔지만 부숴 지지 않는 것이 유리가 아니었다. 꽤나 여러 번을 몸으로 쳐댔더니 이제는 손목에 수갑과 사슬을 채워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기가 좀 꺾이는 것이 아닌가? 꽤나 고집이 있군. 수조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의 옆에 있는 남자와 말을 하는 듯 했다. 웅얼거리는 소리 탓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를 본 채 만 채 거대한 물속을 헤집어 다닌다. 하늘의 축복을 짙게 받은 주황빛의 머리와 그것을 쏙 빼닮은 하반신의 푸른빛이 수조사이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흔한 족속들이지. 인어라는 것은,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