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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그 남자를 보며 숨을 내뱉는다. 그 남자를 결코 좋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투명해 보이는 유리처럼 보이는 것은 유리가 아니었다. 몇 번이고 부딪혔지만 부숴 지지 않는 것이 유리가 아니었다. 꽤나 여러 번을 몸으로 쳐댔더니 이제는 손목에 수갑과 사슬을 채워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기가 좀 꺾이는 것이 아닌가? 꽤나 고집이 있군. 수조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의 옆에 있는 남자와 말을 하는 듯 했다. 웅얼거리는 소리 탓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를 본 채 만 채 거대한 물속을 헤집어 다닌다.
하늘의 축복을 짙게 받은 주황빛의 머리와 그것을 쏙 빼닮은 하반신의 푸른빛이 수조사이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흔한 족속들이지. 인어라는 것은,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꽤나 성질이 있던 인어인 탓에 수조의 공사를 몇 번이고 다시 진행했다. 성질이 더러운 그 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저 뚜렷한 햇빛을 담은 색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운이 좋았다. 인어들은 그들의 마녀들과 계약을 해서 인간의 삶을 얻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된다. 저 남성형 인어 또한 그들의 마녀에게 계약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확실했다. 그는 그의 사람이었다.
의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확실히 보았을 뿐이다. 캄캄한 어두운 배위에서 홀연히 사라진 그 남자는 옷을 한 홀 한 홀 벗어 던져 깊은 심해 속으로 몸을 떨어트렸다. 놀란 그 자리에서 떨어진 아래를 바라보니 사람의 형상이 없이 금빛의 무언가가 짙은 바다를 비추었다. 무언가 충격을 받은 기분이 홀연히 들어버렸다. 떨어진 그 남자는 천천히 바다 속을 유유히 움직이더니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았던 것은 그 남자가 입고 있었던 옷뿐이었다.
얼이 빠져버려 그는 자리에 남아있던 옷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이었다.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고 하지만은 무게의 중심을 삐끗한 그는 지팡이를 겨우 손으로 지탱했다. 머릿속이 엉망이 되는 기분에 그는 차분하고자 그의 방으로 들어가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절름발이의 해군은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차분해지고자 머리를 몇 번이나 쓸어 올려도 차분해 질 수 없었다. 인어라, 신화 속에 나올 법한 그 인어라니, 그는 그의 다리를 내려 보았다. 영광스러운 다리라고 생각하지만은 불편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십,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 치고는 꽤나 작은 대가이었다. 떨리는 무릎을 오른 손으로 꾹 눌렀다. 해적들과의 싸움 중에 가장 유명한 싸움을 꼽자면 이 남자의 전투를 꼽을 것이다. 저름발이 해군 제독, 알베르토 로라스. 그는 눈을 깜빡이었다.
“밖에 누구 있는가?”
“예! 부르셨습니까?”
“가서 의사를 데려오도록, 산책을 잠시 다녀왔더니 무릎이 영 좋지 않군.”
빠릿하게 움직인 덕에 의사는 어렵지 않게 그의 방을 열고 들어왔다. 의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겠어, 언제나 있던 일이지. 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바지를 걷어 올린 그는 무릎 부근을 바라보았다. 길게 찢어진 무릎의 상처는 겨우 겨우 목숨을 부지한 것 마냥 남아있었다. 꽤나 무리 하셨습니다. 주사를 들며 의사가 대답하자 그는 말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전역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자네에게 치료를 하라고 했지 입을 열란 소리는 하지 않았네. 그가 날카롭게 이야기 했다. 그제야 의사는 아차 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긍지 가득한 이었다. 그의 배에 오랫동안 있었지만은 그는 긍지 가득한 사람이었다. 실수했습니다. 주사를 무릎에 꽂은 그가 그리 대답했다. 무릎부근에 다시 마취 성분이 있는 약을 투여했습니다. 잠시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 하겠네. 알베르토 로라스가 대답했다.
“혹시, 자네는 인어를 아는가?”
“꽤나 상태가 좋지 않았나 봅니다. 헛소리를 다하시고.”
“알고 있지 않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언제나 의료계에서는 유명한 일이니까요.”
“왜지?”
“그야, 그들의 피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이며 그들의 살은 새살을 돋게 만들며, 그들의 눈물은 값비싼 보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이런 소리를 다하시고 제 생각엔 오늘은 피곤하신 것이 분명하군요. 수면 향을 피워드리겠습니다. 푹 주무시죠.”
의사의 처방에 그는 끄덕이었다. 다리를 절게 된 이후로 그는 잠들지 못하곤 했다. 어찌 잊을 수 있었던가 그날의 아픔과 괴로움을, 몇 번이고 소리를 지르고 질러도 돌아오지 못하는 그의 다리이었다. 덕분에 이런 같지도 않는 약물의 도움을 몇 번이고 받는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피어오르는 수면 향을 맡으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이런, 그 남자가 올라왔는지 확인해야만 했었는데 잊어버린 기억을 내려놓고 그는 눈을 감았다.
옅은 잠이었다. 눈을 뜨니 무릎이 아픈 것이 덜했다. 아직까지 캄캄한 것이 밤이 지나가지는 않은 것이었다. 겉옷을 하나 걸치고 지팡이를 다시 짚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는 갑판 위로 천천히 몸을 이동했다. 설마 한 마음이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었다. 반짝이는 것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들고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질질 끄는 신발 소리와 휘파람 소리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는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고 숨을 들이쉬다 내쉬었다. 뭐였던 가?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거기 누구 있나?”
인기척에 꽤나 컸었는지 목소리가 들렸다. 갈매기인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자리를 이동했다. 그제야 로라스는 자리에서 겨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설마, 그는 아닐 것이다. 인어가 어떻게 육지에 올라 와서 해군밖에 없는 이 배에 탑승했겠는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 인어다. 저 것은 인어임에 확실했다.
멍청하게 인어에 대해 알아보던 중 수수께끼 같았던 그의 정체를 알아야만 했다. 그 이전에 이 배에 탄 인원이 몇 명이던가 수백 명이 아니던가? 멍하게 선원들의 정보가 적혀있던 것을 보다 문득 그 남자가 바닥에 던졌던 옷이 익숙했다. 가슴팍에 붉은 선이 달려있는 이들은 적지 않다.
“어젯밤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어젯밤에 자리를 지킨 녀석이 누구지?”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어젯밤에 근무를 선 녀석이, 이 녀석이군요, 어이! 다리오!”
선원이 가리킨 곳에서 건장한 남자 한명이 고개를 빼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냐? 호쾌한 목소리이었다. 뒤에 스패너를 들고 온 남자는 빤히 로라스를 바라보았다. 이내 누구라고 하자 가슴팍에 달린 훈장을 보고서야 경례를 올렸다.
“자네는 물을 좋아하는가?”
“예?”
애매모호한 그의 질문에 다리오라고 불린 남자가 멍청하게 서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잠시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얌전히 따라오는 것이 어떤가? 약간의 위협도 포함해서.
*****
절뚝거리는 그 뒷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그 남자에게 풍기는 모습 전체는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설마, 걸리진 않았겠지, 그날 밤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있던 것은 갈매기…? 아차 한 생각이 다리오는 맴돌았다. 설마, 아니겠지, 그 시간은 늦었었다.
“본론부터 말하지, 어제 갑판엔 왜 있었는가?”
“저라는 확신이 있으십니까?”
“널브러져있는 옷에 달려있는 표시는 장난인가?”
아차 한 얼굴이 또 얼굴에 서렸다. 바다에 오랜만에 들어가고 싶어서한 일이 결국 들키게 하는 일이었다.
“저는 어제 잠시 물에 들어간 것입니다. 흔히 다들 하지 않습니까?”
“이리도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서 물질이라도 했나?”
“물질이라, 어느 정도는 정답이라고 하겠지만, 무엇이 문제입니까?”
“잠시 물속에 들어간 녀석이 새벽이 돼서야 들어오는가? 보통 인간은 죽기 마련이지.”
“잘못아신 것 아닙니까?”
“글쎄, 그날 꽤나 재미난 것을 봐서 말일세. 바로 말하지 않는 다면 너를 바다 속에 쳐 넣어 보는 재미난 짓을 하지 않을까? 똑바로 대답해라, 다리오 드렉슬러.”
협박 아닌 협박에 드렉슬러는 미소 지었다.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내가 본 것이 옳은가 아니면 옳지 않는가가 궁금할 뿐이다. 다리오 드렉슬러. 나직하게 뱉는 눈동자는 곧은 눈동자이었다. 드렉슬러는 그에게 물었다. 나를 죽이기라도 할 것입니까? 아니면 팔아넘길 생각입니까? 그 기척을 알아채고도 멍청하게 넘겨버린 잘못이었다. 아니, 바다가 그를 부르는데 어찌 거부하랴.
“그렇다면 협상을 하지.”
그 남자의 목소리는 극심하게 단조로웠다. 차가 나오고 그것을 내밀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네 피를 원해. 기가 찬 답이었다. 그는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합니까? 네가 말한 것처럼 할까 그럼? 내 거래는 그것뿐이다. 멀쩡하게 걷게 해다오, 그쯤이야 네 녀석에게 가능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나를 비밀로 해주실 겁니까? 영원히? “영원히.” 그 남자의 대답이 들렸다. 그렇다면 내 조건은 이것입니다. 당신의 그 빌어 쳐 먹을 다리가 성하게 움직인다면 그 즉시 나는 이 배를 떠나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나쁜 조건은 아닐 것이야, 자네가 원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기간 동안은 자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하게 도와주도록 하지 어떤가? 그는 멍청하게 이 매력적인 조건을 넘길 수 없었다.
거대한 수조 앞에 그는 멍청하게 서있었다. 말했지, 나는 인어의 피가 필요한 것뿐이라고, 차오르는 물이 그것을 증명했다. 멍청하게 굴지 말아. 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 뭘 해야 해 젠장, 그는 그 자리에서 그의 증표와도 같았던 자켓을 벗어던졌다.
“매너 없군.”
그것은 정확하게 그 남자의 얼굴에 쳐 박혔다. 꽤나 어울립니다. 안 그럽니까? 차오는 물이 어느새 그의 키보다 더 높게 차올라 있었다. 정말로 도망갈 곳은 없었다. 그는 그의 소중한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반짝거리는 그의 목숨과도 같은 증표, 마녀에게 대가를 바치고 얻어낸 소중한 것이었다. 그것을 조심히 입에 물었다. 그 남자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모든 것을 벗어낸 그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유리벽에 손바닥을 가져다대었다. 햇빛이, 물속에 가득했다. 피, 네 피를 줘, 라고 입을 움직이었다. 그는 수조 위로 올라오더니 팔을 내밀었다. 사람일 때보다 더 빛나는 그의 머리카락과 물속을 어지럽게 하는 그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주사를 그의 팔에 넣어서 피를 뽑아내었다. 어떻게 하라는 듯이 쳐다보자 그가 대답했다. 찔러. 라는 말에 그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무릎에 찔렀다. 이상하게도 아픈 것이 덜했다.
그는, 그에게 신이 되어 주었다. 구원의 신이.
신기하군, 인어란 존재란 말이야.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군. 자네의 숭고한 피를 내어주어 고맙네. 남자가 그리 대답했다. 드렉슬러는 수조 밖으로 비추는 순진한 남자의 웃음에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수조 밖으로 올라와라. 남자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드렉슬러는 무슨 심보인지는 몰라도 그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그의 팔목에는 진한 주사 바늘 자국이 남아있었다. 어떤 말을 할지 모르던 남자는 이내 그 손을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비늘은 사라져있었고 뚜렷한 건강한 사내의 다리가 달려있었다. 드렉슬러는 수건을 달라는 듯이 손짓을 했고 그 남자는 수건을 내주었다. 잠시 어지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피를 뽑는 일은 그에게도 그다지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로 인해서 축 쳐져버린 머리를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었다. 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가 물었다. 인간의 모습일 땐, 전혀 아닙니다. 특이한 인어군.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입안에 감춰주었던 것을 뱉어내었다. 그것은 무엇인가? 드렉슬러는 잠시 고민하다 다른 답을 내주는 것이 그리 생각하였다. 별거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인어의 눈물이라고 하죠. 색이 꽤나 짙군. 예리한 남자의 시선이 그것에 닿았다. 소중한 녀석의 것이라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나 내뱉고 남자의 시선이 사라지는 것을 원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시선이었다. 상품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드렉슬러 그가 불쾌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죄송하지만, 잠시 뒤 돌아 주시겠습니까?”
꽤나 불쾌합니다. 아, 미안하군, 자리를 비켜주지. 드렉슬러는 짙은 그 남자의 시선 탓에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발가벗고 있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알게 뭐람, 사라진 남자의 모습을 확인하자 옷을 껴입었다. 가슴팍에 달려있는 붉은 색의 띠는 중요한 것이었다. 무기와 정비를 배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에게 주는 일종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이 띠를 얻기 위해서 한 모든 일들이 급작스럽게 지나쳤다. 마녀와 한 거래가 그의 옷에서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붉게 보여 지게 되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꽤나 많은 양의 피를 뽑아갔는지 몸 상태가 영 좋지는 않았다. 깊게 숨을 내쉰 그는 거래의 증표를 주머니에 넣었다.
어이-! 같이 일을 하는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그가 물어보았다. 아니 네 녀석이 왜 그 분이 왜 불렀나, 궁금해서 말이야. 그분? 그래 너를 친히 부르신 그분. 별로 관심 없어, 어젯밤에 갑판에서 난동 피운 걸 보고 불러서 훈계 좀 듣고 왔다. 네가? 놀란 듯 그가 물어보자 그는 아무 일도 없단 듯 어깨를 팡팡 쳐댔다.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그의 대답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난 또 지원비가 올랐단 소식에 네가 한 건 한 줄 알았다. 지원비?
드렉슬러의 동공이 조금 확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굉장히 놀란 그의 표정에 그는 몰랐냐? 방금 내려온 지시야. 앞으로 신무기 개발에 힘쓰라는 지시를 받았어. 미쳤네. 그가 중얼거렸다. 고작 피 하나로 달라진 대우가 확연히 그의 눈에 보였다. 어떤 것도 지원해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거래에 있어서 거짓을 주는 남자가 아니었다.
“아무튼 가자 할 일이 산더미라고!”
“좋지. 간만에 일이라니 나쁘지는 않군!”
“저번에 다리오, 네 녀석이 제출한 그거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뭐 어떠나, 돈은 넘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는 약속을 지켰다. 드렉슬러는 멈칫 했으나 그 것에는 부정할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의 자리에 앉았다.
*****
‘너는 나의 정의이자 희망이다.’
‘네가 사는 것이 정답이다’
경기를 일으킬 법한 숨소리가 그의 방 속에서 가득했다. 겨우 겨우 눈을 뜬 그는 옆의 종을 흔들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한 채 옆에 있는 물을 마시려고 애를 썼다. 얼굴이며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의 의사가 잠에서 겨우 깨어 그를 바라보았다. 또, 발작인겁니까? 그를 바라보자마자 그는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쉽게 얘기할 권리는 없다 의사. 시린 푸른빛이 캄캄한 그 속에서 대답했다. 호흡이 불규칙하다. 그는 조용히 주사를 들어 그에게 놓았다. 무릎은 괜찮습니까? 그가 물었다. 이상하게도 전혀 아프지 않군, 마치 아버지의 손길을 받은 것처럼 말이야. 로라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이제 천천히 잠이 드실 겁니다. 오늘은 좀 더 양을 늘렸습니다. 마법처럼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가여운 사람이다, 저 남자는. 그는 그의 방문을 닫았다.
걱정 말아라, 잘 될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 사람의 말을 믿었다. 언제나 잘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인 것이다. 라고 그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때로는 고지식한 모습이 너무나도 커서 의절하고 나온 그의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느 순간 그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바다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다. 어찌 바다가 우릴 배반할꼬? 바다는 알 수 없습니다. 매정한 녀석, 알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사소한 농도 주고받았다. 육지에서는 받을 수 없는 것을 바다에서 그는 받았을지 모른다. 아. 이것인 바다의 사랑인가 라고 깨닫기도 전이었다.
바다는 결코 사랑만을 주지 않는다.
그날도 그들의 구역은 깨끗했다. 다만 그 시기가 영 좋지 않았던 것만 빼면. 로라스는 그에게 물었다. 보통 이 시기에는 순찰을 안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조용히 해라 애송이. 지금은 더 중요해. 왜 입니까? 그가 물었다. 설령 바다가 우리를 배신하더라도, 바다의 친구들은 구해야할 것 아니냐. 예? 그가 물었다. 이 맘 때쯤은 인어를 노리고 잡아 팔아먹는 놈들이 있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바람이 크게 부는 날은 항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래서 네 놈이 애송이라는 것이다. 알베르토.”
“애송이라니, 저를 그리 판단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알베르토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알베르토는 그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굴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정확했었다. 시가를 문 입술에서 탁한 연기와 함께 그의 미소가 들어났다. 맞다는 긍정의 눈빛을 원하던 그 눈빛에 졌습니다. 라고 수긍하는 것이 전부이었다. 바다는 넓었다. 그리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그만큼 위험한 곳이다. 어두운 바다를 가르고 등대를 통해 작은 그를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리도 작은 생각이라니. 그는 총을 드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어 나섰다.
거짓말처럼 폭격들이 이어졌다. 로라스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것이 전부이었다.
“애송아, 겁먹었냐?”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똑바로 굴어. 네 위치는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란 소리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걱정 어린 온정이 느껴졌다. 그는 미소 지었다. 손에 든 무기가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알베르토 로라스의 손에는 몇 십, 몇 백 명의 목숨이 달려있던 것이었다. 목을 가다듬고 그는 전진하라는 말을 한다,
“멍청하게 굴지 말고 바로 배부터 노린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제야 목표인 배에 가까이 가서 들어 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더럽게도 큰 목소리들이었다. 로라스는 재빠르게 배 위를 노려보았다. 수 많은 인어들이 잡혀있었다. 작은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살려달라는 그 목소리와 시끄러운 이들의 목소리가 합쳐져서 로라스의 귀를 어지럽혔다.
“개인적으로는 입을 다물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더불어 죄가 꽤나 무겁겠습니다. 인어를 감히 잡으려고 하는 행위는 어디서 나온 건지, 처리한다.”
단호한 로라스의 말에 이어지는 총격소리와 함께 비명소리, 그리고 나누어서 인어들의 구출을 돕는 인원들이 인어를 바다로 던졌다. 로라스는 이제 마무리가 되는 것인가 라고 생각했다. 한 목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대로 그의 배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도와줘-!’
그는 무엇인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순조로웠던 것이었다. 불안감이 휩싸여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멍청하게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었다. 생각이 없었던 머리에 생각이라는 것이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다. 로라스의 주위를 다시 더 보는 것이 좋겠다 라는 의견을 통해 모든 해군들이 그들의 배를 한 번 더 살피게 되었다.
“찾았습니다!”
소리치는 소리에 모두 몰려가는 발소리와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로라스는 침착하게 총을 들었다.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인원이 얼마나 감축되었나? 예 약 삼십 명 정도가 작은 경상을 입었습니다. 좋다. 무언가 느껴지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로라스는 조심스럽게 소리를 따라 들어갔다. 로라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 비린내와 함께 이어진 것은 인어들의 시체들과 함께 그를 향해 든 총이었다. 그 또한 총을 들었다. 먼저 묶인 인어가 둘이었다. 하나는 축 늘어진 것이 곧 죽을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살아있는지 호흡을 하는 가련한 숨소리가 들렸다. 쇠사슬에 묶인 듯 움직이지 못하기에 그 것만을 지켜보았다.
“얌전히 총을 내려놓고 항복해라.”
“그럴 생각은 죽어도 없다! 영원을 살 수 있는 의식을 방해한 것이 너냐!”
“영원이라는 건 없다. 처리한다.”
단호한 목소리에 처리하려 달려든 인원이 먼저 총을 잡으려고 애를 썼다. 그 사이에 그는 살아있는 인어의 쇠사슬에 총을 쏘았다. 큰 소리에 눈을 뜬 인어는 당황한 눈치이었다. 짙은 눈이었다.
“인어를 바다로 내보낸다. 아직도 제압 못한 건가?”
그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마음 같아서는 총을 쏘아서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이리저리 날뛰던 남자는 인어를 잡은 것을 보자 더욱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안 돼! 그 건 내꺼야!”
“미치겠군.”
배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조금씩 울음을 내비추고 있었다. 인어를 향해 뛰어가는 남자에게 위협을 하고자 바닥에 총을 쏘았다. 남자는 이에 질세라 총을 들어 쏘려고 굴었지만 제압하는 힘들에 의해서 총을 내려놓는 듯 했다. 그것을 본 로라스는 뒤를 돌았고, 인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어야할 소리가 들렸다.
큰 총성이 들렸고, 그는 주저앉았다. 그가 뒤를 바라보자 얼떨떨한 표정의 두 명이, 한명은 울음을 한 명은 미친 듯이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이거 참 웃기는 꼴을 보았군, 바다가 꼭 네 편은 아니지! 다리에서 미친 듯 통증이 몰려오고 있었다. 제압당하는 꼴로 그를 우습게 만든 꼴에 로라스는 헛웃음이 맴돌았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재빠르게 피를 멈추는 것이었다. 다급한 손길이 이어졌다. 소식을 듣고 의무반이 뛰어온 것이었다. 그 안도감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를 바라보던 짙은 눈빛을 보면서 말이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낀 후이었다. 그는 별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언젠가 하나쯤은 없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했지만, 그것이 지금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묘한 상실감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순간에 그가 눈을 뜨자마자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애송아, 네 녀석이 뒤지는 줄 알았다.”
“얼마나 누워있었던 겁니까.”
“무려 나흘이다. 나흘.”
“그렇습니까.”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이었다. 로라스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많은 것을 읽었다.
“위에선 뭐랍니까?”
“윗 대가리들에 든 것은 다 뻔하지, 하지만 네가 한 일은 꽤나 큰일이었다.”
“그렇습니까?”
“최상급의 인어이었다. 네가 살려준 인어 말이지.”
“그들이 따지던 기준에서 최상급이군요.”
“승진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단호한 모습에 그는 눈을 바로 떴다. 승진이라, 그런 것도 할 정도의 일이었습니까? 고작 내 다리 하나에? 화를 내는 것인지 화를 내는 것이 아닌지 그는 읽을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었던 것은 저 알베르토 로라스가 무너지는 꼴이었다.
“다리는 영영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다리가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다리병신이 뭘 하겠습니까. 바다에서 말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친구 덕에 나는 다리를 잃었습니다. 모르겠습니까?”
화를 내는 모습이 그리고 이내 수긍하는 모습들이 그에게 천천히 박혔다. 그는 이내 얼마 있지 못해 몸을 돌렸다. 로라스는 알고 있었다. 다만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말로 그에게 무너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그의 다리는 다행히도 절단까지 가야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것에 헛웃음을 지었지만은, 걸을 수는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듣고서야 로라스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절망감에 여러 번 빠졌다. 그에게 맞는 지팡이를 쥐었을 때, 그리고 그를 바라보던 여러 비웃음 가득한 시선들에 절망감에 빠지다 못해 자살 충동까지 일으킬 정도로 그는 정말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했다. 다리, 움직이지 않는 그의 다리 하나 때문에 말이다.
냉소적인 눈빛, 그들이 그를 보는 시선은 그것이었다. 당신들이 무엇을 말하던 나는 괜찮아요. 라고 웃음을 짓고 지팡이를 쥐고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전부이었다.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욱 더 늘어 그의 다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완치 아닌 완치가 그에게 내린 처방이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전문의가 붙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배로 돌아왔을 때에는 로라스 그를 지켜주던 이가 은퇴하겠다는 말을 듣고 난 후이었다. 로라스가 따지려고 들었지만은 담담한 그 표정에 로라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그에게 경례하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로라스에게 고생했다는 듯 어깨를 두드리는 온기에 로라스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네 녀석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만 둘 시기가 된 것이다.”
“제가 잘 못했습니다. 이리 굴지 마십시오. 제가 얼마나 의지하는 것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그만 두는 것이다. 너는 너무 어려. 그리고 아직 자라는 사람이지. 나는 언제나 너를 믿는다. 알베르토, 넌 나의 정의이자 희망이다.”
그는 고갤 들 수 없었다. 푹 숙인 머리 위로 손이 닿고 그는 문을 열고 배를 나갔다. 가장 높은 자리를 비겁한 식으로 받은 것만 같아 마음 또한 무거워지고 무거워진다. 떨구는 눈물이 바다로 퍼지는 듯 잠잠해졌다.
*****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그렇다. 이상하게 가뿐하군, 당분간은 약이 필요 없겠어.”
로라스의 말에 갸웃거리지만 이내 주사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혹시 라는 것이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불러주시는 것 또한 잊지 마시고. 충고 아닌 충고에 로라스는 그러지 라고 대답했다. 잃어버린 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아닌 희망이 묘하게 들어 희열에 빠졌을지 모른다. 무릎을 몇 번 매만지던 로라스는 지팡이를 쥐고 갑판 위로 걸어 나갔다. 바다는 다행히도 오늘은 잔잔했다. 바다를 보던 중에 뒤를 돌자 어색하게 마주쳤다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넨가.”
“본의 아니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캄캄한 곳에서도 또렷하게도 보이는 인상이었다. 로라스는 바다를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어 그를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과 짙은 인상이었다.
“…신무기 개발에 지원을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초에 자네와 나의 계약 조건이 그게 아니었던가, 그리 감사할 필요는 없어.”
바다 바람이 서늘하게 천천히 불어왔다. 잔잔한 해풍에 눈을 깜빡거렸다. 아직 눈에 초점이 맞질 않아 어떤 표정인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목소리에서 정말로 흥분한 소년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었다.
“괜찮은 겁니까?”
무엇을? 아, 다리 말인가? 그는 그의 짙은 시선이 무릎에 향해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맙네, 덕분에 약 없이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군. 통증이 덜해지기 시작했어. 당신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는 겁니까? 그렇지 뭐, 언제나 있던 일이지.
“괴롭지 않습니까?”
“그리 생각하지는 않네, 괴롭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에 넘겨버렸지.”
어린 시절이라, 그 말에 잠깐의 웃음기가 머물렀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아뇨 전혀, 당신의 얼굴로 어리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내 얼굴이 뭘 어떻단 건가?
“너무 어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교대하는 이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깜빡거리던 초점이 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깊고 짙은 미소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로라스는 그저 어색하게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해. 문득 로라스는 그의 뒷모습에 질문을 내던졌다.
“그런데 말이야.”
“예?”
“인어의 나이는 어떻게 재는가?”
“인간보다는 매우 느린 속도로 늙습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나이는 어떤가?”
“사십 해는 우습게 넘겼죠. 가보아도 좋겠습니까?”
사십 해라, 그렇다는 것은 그보다 나이가 꽤 된 단 소리이었다. 무언가 닮았다고 생각하기에, 무언가 맞질 않는 느낌이었다. 로라스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바다를 뒤로 하고 걸었다. 잔잔한 해풍의 내음이 조금씩 꺼져가고 안락한 온기로 가득 찬 침대에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편안한 바다가 되었다.
놀랍네요. 그의 의사가 그리 말했다. 무릎의 통증이 줄어들고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말을 하자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뭘 그리 의심하는가, 자네의 입으로도 다리가 괜찮아 질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입니다만,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곧 지팡이도 필요 없어지겠지.”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네가 그리도 말한 믿음이 강렬해졌나보지.”
로라스는 바지 자락을 내리며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종이에 적는 손놀림이 세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필요 없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보자 그는 기록을 눈에 들이밀었다.
“괜한 의심은 곤란합니다. 작년에 걸린 이후로 저는 이리 작성합니다.”
“좋군, 잊고 있을까 봐 다시 한 번 말하도록 하지. 작년을 기억하는 건 어떤가?”
“어련하시겠습니까? 이만 가보겠습니다.”
로라스는 그러라는 눈짓을 했다. 그는 그가 결코 평범한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에게 그리 구는 것이었다. 의사라는 명분으로 감시자나 다름없었다. 그의 자리를 다리 하나와 맞바꿔서 얻었다며 비아냥거리는 시선들 사이에서 일거수일투족들이 알려지는 것은 그로 인해 일어난 것이었다. 불같이 화를 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이 배에서 내리게 할 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조용히 회유시키는 것이 전부이었다. 이 배에서는 그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이고 편지를 보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가상하여 물고문을 몇 번 시키고 나서야 고분고분해진 녀석이었다. 저 놈을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다리가 낫는 것이 관건이었다. 서랍 속에 남아있는 주사는 이제 하나 남아있었다. 하나를 집어 들어 무릎에 박았다. 짙은 피가 천천히 무릎으로 들어간다. 빈 주사기를 발로 밟는다. 바스락 거리는 유리 조각들이 퍼지는 소리가 바닥에 멈추었다. 누가 볼세라 황급하게 처리를 했다. 잘못 걸린다면 의심을 당할 우려도 있었다. 그러는 것은 그는 원하지 않았다.
“들어가도 좋습니까?”
“좋다. 무슨 일인가?”
보고를 올리려고 온 것인지 정중하게 인사를 치루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내민 것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적혀 있었다.
“이것을 보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알고 계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좋다. 가보도록 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는 서류를 뚜렷하게 읽기 시작했다. 배 안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그런 내용이 적힌 내용이었다. 왜 그에게 그런 것을 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은 이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조차도 그가 판별해야할 일이었다.
골치가 아프군. 그는 중얼거리면서 오랫동안 피우지 않았던 시가를 입에 물었다. 당신은 어찌했을까? 시가의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여전히 독한 향이 차분하게 퍼졌다. 이것이 그를 시험하는 시험인지, 아니면 함정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멍청하게 굴 것인지, 아니면 현명하게 굴 것인지도 문제이었다.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도 아닌 일이었다. 곱게 잘 피우던 시가를 결국 재떨이에 눌러버렸다. 그저 가만히 그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도 그는 평소이었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류 끝에 남아있었던, 하나의 이름이 그의 머릿속에서 멈추질 않았다. 왜 당신의 이름이 거기에 적혀있을까. 허망하게 서류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내려 보았다.
‘다리오 드렉슬러.’
인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꼴, 왜? 인어가 인간의 기술을 탐하는 것일까? 천천히 퍼즐을 맞추어 가도 답이 전혀 없었다. 인어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온지는 그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인어는 거의 신성시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인간의 기술을 탐하는 가, 그가 바라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단지 신기술을 익히고 싶어서? 신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로라스는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손에 유리 조각을 줍다 작은 유리가 박혔는지 욱신 욱신거리는 손을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생각을 멈추었다. 더 바라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에게 무슨 존재가 되어주었는가. 그에게 신과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그를 시험하는 악마와 같은 존재인가.
*****
그의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그는 폭발음이 들리며 배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었다. 많은 인원들이 그것을 체감했는지 그 소리를 따라 내려가는 것을 전부로 두었다.
“무슨 일인가?”
로라스가 물었다. 실험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폭발? 로라스가 그리 묻자 배에 불이 옮겨 붙기 전에 신속하게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좋다.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그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아수라장이 된 공간을 지났다. 그들이 전해준 서류가 정말로 맞던 것인가. 조금씩 내려오던 평화에 금이 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수 있겠나?”
숨이 붙어있을 것 같지 않은 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끔찍한 모습이었다. 사람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형체가 입을 열었다. 무엇인가 잘못된 배합이었다고. 평소와 같이 폭탄을 제조하는 것이었다고, 중얼거리던 입이 닫히고 눈이 감겼다.
빌어먹을,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인가, 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겨우 겨우 붙잡고 연료실로 걸어 나갔다. 연료실 안에는 당연하게도 그가 서있었다,
“눈치가 참 빠르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충혈 된 눈동자가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나를 설득시켜야 할 테야! 그가 소리쳤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복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단조로운 말투에 로라스는 총을 들었다. 정확하게 어깨를 노린 것은 명중하였고 피가 조금 터졌다.
“멍청하게 굴지 않기를 바라지.”
“멍청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감기고 로라스는 쓰러지는 것을 붙잡았다. 한 다리로는 그를 들 수 가 없어 질질 끌며 가장 안전한 곳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다행히도 로라스의 지시가 옳았는지 불이 번지던 것이 멈추기 시작했고 폭발에 겹친 이의 시신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누군가의 소행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알고 있는 것은 알베르토 로라스 그 혼자이었다. 그는 고뇌에 빠졌다. 이것이 함정인가, 아니면 그를 시험하는 것인가, 그 고뇌에서 눈을 뜨지 않는 이를 내려 보았다. 폭발에 그 또한 휩쓸린 것 같았다. 그 것을 판단 한 것은 손에 튄 흉측한 것들이었다. 숨조차 쉬지 않는 것 만 같아 그는 그를 질질 끌며 가장 깊숙하고 아무도 알 수 없는 그의 공간의 하나인 수조에 그를 빠트렸다. 꽤나 큰 힘이 들었는지 온 몸에는 땀으로 가득 찼다. 조금 걸었다고 무릎이 징하고 울리는 듯 진동이 울렸다.
빠트린 수조는 예상치 못하게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다. 인어로 변하면 더 상황이 괜찮아 지는 것이 아니었나? 아니었다. 그는 인어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황급하게 수조 밑으로 떨어지는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은 미련한 한 쪽 다리로는 얕은 수조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도 사치가 되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그는 호흡을 몇 번 하고는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부디 예전에 배웠던 수영 실력이 녹슬지 않았기를, 그 것을 바라며 그는 망설임 없이 수조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수조 안은 다행히도 그리 깊지 않았고 떨어지는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피를 꽤 흘리는 것으로 보아 폭발 사고 당시 어디를 상처 입었을 것이다. 목 부근의 옷자락을 쥐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그를 옮기는 것 또한 꽤나 큰 일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어이, 다리오 드렉슬러.”
겨우 수조를 빠져나와 바닥에 그를 눕힌 로라스는 그의 뺨을 치며 이름을 불렀다. 의식이 없는 듯 했다. 그는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다친 곳은 정확하게 없는지를 살폈다. 더불어, 상처의 위치를 파악한 그는 옷을 찢어 그 곳에 지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코에 귀를 대어보니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가슴의 가운데 부분에 손바닥을 대고 몇 번 누르고 입을 벌려 숨을 불어넣어주려던 찰나 그는 그의 어금니에 박힌 보석과도 같은 것을 발견하였다. 더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그는 우선은 호흡을 넣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흐릿한 눈이 뜨고 그의 눈의 초점이 들어맞자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보고도 눈을 감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결과를 원치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그런가? 로라스가 그를 위에서 내려 보았다. 숨을 겨우 쉰 드렉슬러는 몇 번이고 물을 뱉어내야했다.
“나는 자네를 물속에 집어넣는 것이 가장 최선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것은 또 아니더군?”
“계약을 했다. 마녀와.”
“예상은 했었다.”
체념한 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물기를 털어내던 드렉슬러는 지혈을 한 것을 풀었다.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가.”
“인간 말살.”
“이 배도 포함되었던 일인가.”
“아니, 나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범인으로 몰리기에 적합한 녀석이 되어있을 뿐이었지. 인간이란 그런 존재더군, 정을 주면 그 정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끌어내리려고 발악하는 그런 존재더군, 의미 없는 짓이었지. 모든 것이.”
“그 모든 것이 군의 옷을 벗는 일이었군. 꼬박 꼬박 붙여준 존댓말은 꽤나 매력이 있었는데 말이지.”
“헛소릴.”
드렉슬러는 귀에 들어간 물을 빼어내느라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일에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마녀의 뜻대로 움직일 뿐이지.
“그 마녀는 누구인가?”
“적색의 마녀.”
적색의 마녀? 로라스는 그녀의 이름을 이야기 했지만 영 모르는 눈치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 자네가 이렇게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말이지.”
“이유는 없다.”
“이유가 없다라, 자네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모든 정황들이.”
차가운 눈동자가 드렉슬러의 얼굴에 박혔다. 드렉슬러는 그럼 어쩔 생각인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저 웃으면서 그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었다. 뱉어내, 마녀와의 계약의 증표를. 드렉슬러는 결국 어금니에서 그의 소중한 증표를 내뱉었다. 내뱉은 증표는 산호와 같은 것이었다. 드렉슬러는 수조에 빠져 긴 족쇄와 함께 숨을 쉬고 그를 노려보았다.
“이렇게 노려보지는 말게나, 모든 것은 자네가 말한 대로 그들을 잡기 위함이니.”
로라스의 눈에서 진심을 읽은 그는 찰랑거리는 족쇄를 무시한 채로 수조를 헤엄쳤다. 수면 아래에서 바라보는 빛이 반사된 일렁이는 모습을 그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얇은 유리창 너머의 그의 모습도 그리고 그의 손에 잡힌 증표까지 보는 것이 전부이었다.
*****
마녀라, 증표라고 말하는 것을 지분거리자 그것의 빛이 조금 더 붉어지는 듯,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분석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그의 말대로 이것은 함정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배 안에 반역자가 있다. 다리오 드렉슬러를 함정으로 이름을 먼저 제시하여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는 그들이 한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적색의 마녀가 있었다. 그들, 그들이 누가 될 것인가. 그 잘난 머리로 생각해봐. 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찰랑거리는 사슬의 소리가 그의 생각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
어떻게 하시길 바라십니까? 목소리가 들려 로라스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글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럼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쉬십시오. 하나, 둘, 셋. 눈을 뜨십시오. 이것이 당신이 바라보아야할 인생의 진리이자 실제가 될 것이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드리겠습니다.
목소리는 끊겼고, 로라스는 눈을 떴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세계? 그런 세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의 세계는 이미 무너졌어. 그는 중얼 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몸을 본인의 힘으로 일어섰다. 가능해졌다. 스스로의 힘으로 서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붉은색의 보석의 색이 변해있었다. 그가 바라바는 일이 이뤄지는 차가운 푸른색으로. 정말로 마녀는 존재하는 것인가? 나도 나이를 먹는가 보군 헛소리 같은 세상을 믿고 있는 것인가. 중얼거린 그는 푸른빛의 보석을 손에 쥐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가 일어섰다는 소식은 빨리 퍼졌다.
그가 일어서자마자 의사라는 녀석은 다가와서 이게 무슨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 인겁니까? 라며 이것저것 시끄러운 소릴 해대자 그는 그의 얼굴을 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 푸른 사자의 귀환이었다.
그게 무엇이 잘못입니까? 그가 똑바로 걷게 되자마자 한 일은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었다. 그동안은 다리가 좋질 않아 참석하지 않았지만은 이번에는 참여하라는 말에 그는 참여하고야 말았다.
“우리는 당신의 자질을 물어보는 겁니다. 알베르토 로라스.”
“나의 자질이라. 그것은 이미 보지 않았습니까? 인어를 얼마나 보호하며 지켜왔는지, 이 자료만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만?”
“우리는 더 이상 인어를 지키지 않도록 결정 내렸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인어를 지키지 않고 그들의 포획에 대하여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단 소리입니다.”
“정신이 나갔군요. 언제는 인어는 바다의 친구라며 지키던 이들이 아닙니까?”
목소리가 한껏 날카로워지자 그들은 조용히 침묵을 권했다. 그들이 자신을 탐탁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다가와서 그만두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전화로 일어나서 확실히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며칠 전에 일어난 폭발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라는 소리일세. 알베르토 로라스군.”
“그 사고는 단순히 일어난 폭발 사고입니다. 저희 소속의 실수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날카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로라스는 화를 겨우 내려앉히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군, 그것이 아니라고 확신까지 하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알고 있나봅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차 하는 소리가 웅성웅성하고 퍼졌다. 로라스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대답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방해할 수는 없다. 그는 바다를 지키는 푸른 사자이었다. 그것을 아는 그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를 반 강제로 그 자리에 앉혀놓는 바람에 인어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전의 제독이 영리한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자 그는 로라스의 다리를 들먹이며 그를 그 자리에 앉혀놓았다. 인어를 잡는 것으로 그를 회유하려고 했으나, 연락을 취해도 답이 없자 공격 아닌 공격을 취했지만 결과는 영 좋질 않았다.
“당신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알겠습니다. 어디 두고 봅시다. 인어 포획을 원한다고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는 태도가 바다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겁니다.”
로라스의 단호한 태도에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도 저 남자에게 대들 수는 없을 것이다. 강한 머리, 그리고 강한 힘을 가진 남자이었다. 다치기 전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그리고 다리를 잃었어도 당당한 남자이었기에 그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현명한 답, 기다리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로라스는 확실히 말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인어의 대한 모든 권한을 달라는 것이었다. 재미있게 일이 돌아가는 군. 로라스는 그 사실을 깨닫고 웃음을 지었다. 그 영감이 왜 무리를 해서 이 자리에 올려두었는지 알 것 만 같았다. 그는 인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어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무감을 가지고 그리고 사명감을 가진다. 그렇기에 그 영감은 그를 이 자리에 올려둔 것이다. 대단한 영감이었다. 로라스는 모든 회의를 끝내고 배 위에 올라탔다. 그는 분위기를 읽어 내렸다. 반은 그의 편이고 반은 아니라는 것을. 고개를 돌아보니 그의 의사가 다른 얼굴로 서있었다.
“뭐라 대답하셨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인어 말입니다. 그 귀한 인어.”
“변함없다. 인어는 바다의 친구인 존재들이다. 어떻게 그들을 해할 생각을 하는가? 바다에 살아가는 이들이.”
“죄송하지만 인어라는 존재는 해부하여 후세에 남겨줄 존재가 됩니다. 모르셨습니까? 그리고 값어치 또한 어마어마하죠. 이들이 죽어라 일을 해도 받지 못하는 그런 금액을 말입니다.”
“무슨 말을 원하는가.”
“포기 하는 겁니다. 우린 돈이 필요한 이들이고 후세를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어리석긴.”
“어리석은 것은 우매한 당신이지. 다리병신이 그 자리에 앉는다는 소식에 그 자리를 내놓은 사람이 저라는 것을 생각하질 못하는 것입니까?”
“그랬군, 앞뒤가 이제야 맞아. 고맙군, 덕분에 좋은 자리에 앉았어.”
손을 꽉 쥐는 소리가 들리며 그는 뒤를 바라보았다. 우린 당신이 그 서류에 사인을 하는 순간까지 당신과 싸울 것입니다. 그들의 의사를 보자 그는 헛웃음을 쳤다. 나를 왜 그들이 두려워했는지 아나?
나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버러지 같은 이들을 말이야.
그의 짙은 눈동자가 깊게 더욱 짙어졌다. 짙은 푸른빛의 눈동자가 시리도록 그들을 바라보았다. 얼마든지 나를 포획해보도록 해. 가능하다면 말이지. 여전히 로라스는 여유로웠다. 어깨를 몇 번 흔든 그는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바다는 그의 편인 것 같았다.
“바다는 내 편인 것 같군, 안 그런가? 제군들.”
그는 손에 권총을 쥐었다. 그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아는 이들은 조용히 쥐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았다. 바닥에는 큰 소리와 함께 무기가 떨어졌다.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에 당황하는 인원이 더 많았다.
“뭐하는 짓이냐! 너희들도 동의하지 않았더냐!”
“동의는 했겠지, 네 놈의 말대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니 말이야, 그러나, 목숨은 단 한 개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지.”
철컥, 총이 장전되는 소리, 그 소리를 확연히 들은 그는 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누군가가 마법을 건 것처럼 무거워진 몸은 여유롭게 총을 쏘려하는 그 모습을 저지하지 못하였다.
“덕분에 더 병신이 될 뻔했다. 고맙군.”
방아쇠를 당긴 로라스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쓰러진 그의 몸을 보며 그는 바닥을 치워야겠군. 누가 치울 것인가? 라며 그들에게 더 무서운 공포심을 각인시켰다. 그는 강한 사람이었다. 다리 하나가 잘 못 되지 않았더라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아무도 그 자리에서 그의 목소리를 거역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를 집중하여 그의 말을 따르게 되었다. 인어?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들의 목숨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내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자리로 돌아가 일에 충실했다. 이 배는 저 제독의 것이었다. 돌아온 짐승의 배.
“그렇지만 제독, 이 일은 꼭 진행해야하는 일일세,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린 이제 지쳤어, 계속 늘어나는 해적들과 포획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게 약간의 자비를 베풀자는 것일세, 그렇다면 해적과 포획꾼들이 줄어들고 우리는 돈을 벌겠지.”
“목적은 결국 돈이군.”
“이런, 알베르토 제독!”
“이 같지도 않는 소릴 들을 이유, 못 느끼겠군. 더불어 나에게 재미있는 의사를 붙여두더군요, 그가 그 배의 제독 후보생이더군. 재미있는 짓을 하는 것 같아 바다로 돌려보내주지.
“그게 무슨…!”
“말 그대로다. 나는 바뀔 생각이 없으며, 인어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나를 방해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아. 모든 것을 들고 밟아주도록 하지.”
할 말은 더 없는가? 그렇다면 끊도록 하지. 시간이 매우 아깝거든. 로라스는 별 의미 없는 전화를 끊으라고 신호하자 전화가 끊어졌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는가? 어린 병사에게 물어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내가 틀린 일은 아니겠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모르겠다 중얼거렸다. 그래. 나 또한 모르겠어. 로라스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내가 옳은 지도 모르겠어. 그가 나가고 중얼거리던 그가 쉰 한숨이었다. 문득 그는 그가 생각이나 아무도 없는 그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찰랑거리는 사슬의 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고, 쾅하고 쳐대는 강한 소리가 들렸다.
“잊어버렸다네, 미안하게 되었다.”
웅얼거리는 듯 무엇이라 말하는 듯 했지만 그는 들리지가 않았다. 무엇인가 결심한 듯 로라스는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인어를 합법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권리를 내놓으라고 하더라군, 혹시 네가 말하는 마녀는 이것을 깨닫고 너를 이리로 보낸 것인가? 그가 물었다. 무엇인가 놀란 듯 확장된 눈동자가 그에게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으나 콱 막힌 유리벽 사이로 아무 것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 또한 그랬겠지. 저 사슬을 풀어주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 그는 열쇠를 던졌다. 퐁당, 열쇠가 떨어지고 그것을 그가 쥐었다.
“말하기 정말 어렵군.”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 그가 말했다. 그는 그의 다리를 보자마자 마녀의 돌을 썼군, 그가 중얼거렸다. 골치가 아파진 듯 머리카락을 뒤집었다.
“마녀의 돌?”
“계약의 결과가 되어주는 것이지. 가장 강한 염원을 이뤄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의 염원은 그것이었군.”
골치가 아파. 그게 왜 그런가. 다시 나에게 돌아 올 수 없어. 그 돌은. 설마. 돌도 의지가 있는 놈이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규칙이지. 그렇다면 자네는 계속 인어의 모습을 유지해야하는가? 아마도 그렇겠지.
“미안하게 되었네.”
진심 어린 사과에 드렉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버려. 어차피 마녀와의 계약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으니 말이야. 그는 팔에 길게 난 자국에도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다. 곧 나을 것이니까. 빠른 속도로 아물어가는 모습에 그는 그 말을 아꼈다.
“사건의 진상은 모두 알았으니 자네를 풀어주려고 했던 일이 길어져버렸군.”
“이해한다. 그 일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니 말이지.”
“짐작을 했던 일이라, 아까 들었는지는 모르지만은 혹여 마녀는 이 일을 예상한 것인가?”
“그녀는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무엇인가 보고 나를 보냈을 수도 있고.”
“그녀가 널 보냈다고?”
“그녀의 목적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나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렇군. 그녀의 목적은 대충 짐작이 가는 군. 인간말살이라고 하지만 결코 그것이 아니었어.”
무엇인가 깨달은 그에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으스대었다. 이 배를 지켜서 인어를 보호하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었어.
“인어 포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인간들이 추악하고 추잡한 것이지.”
“그 말에는 동의하지. 바다의 친구인 이들을 어찌 해하는가.”
그렇다면 마녀를 만나는 것이 답이겠군. 마녀를? 네가 할 일은 그저 이 배를 지키는 것이 되겠어. 인간은 언제가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니 말이지.
드렉슬러의 말에 그는 그런 것인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내보내줘. 확신에 찬 얼굴을 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녀를 만나도록 해. 그 동안 이 배를 잘 지킬 수나 있나 모르겠는데 말이야.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 믿는다라…,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를 믿어. 너는 언제나 우리의 편이었으니.”
우리는? 나를?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떠나간 인어의 말을 주워 담기에 모든 것들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가 사라진 시간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그는 그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하나의 경고문과 같은 것을 받았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찢어버린 로라스는 오랜만에 그의 서랍에서 꺼내지 않았던 소중한 총을 쥐어들었다. 뒤에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라는 짧은 문구가 적힌 총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중얼 거리며 그 총을 쥐고 다른 총을 품에 집어넣었다.
“큰일입니다. 모든 해군 배가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추고 있습니다!”
“겁먹은 것인가? 이 알베르토 로라스가 있는 이 배가 겁을 먹는 그런 배였던가?”
가히 협박이 가득한 목소리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그런 의사를 보여준다고 말인가, 재미있군. 그럼 우리 배만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알베르토 지시에 그들은 신식무기를 배에 장착했다. 기존의 대포보다 작지만 위력은 몇 배 정도 되는 무기이었다. 발포할까요?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조금 기다리는 것이 어떤가? 저 쪽 배에서 송신이 들어왔습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연락을 해주었는데 받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는 연락을 받았다.
“조용히 이제라도 서명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인어의 바다를 수호하는 당신의 서명이 이 모든 것을 끝낼 것입니다.”
“자네가 말하는 대로 나는 인어의 바다를 지킨다. 대답은 끝이다.”
끝이라며 연락을 끊어버린 로라스는 전군 발포한다! 라는 소리를 시작으로 몇 척의 배를 바다 속으로 내던지게 하였다. 바다는 깊게 그들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이 쪽에서 송신을 해보도록 하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이 길게 이어지고 그는 달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떤가. 안타깝게도 바다는 나의 편인 것 같네. 이번에도 말이야.”
“알베르토 로라스 제독! 당신은 후회할 것입니다!”
“후회는 네 놈들이나 하겠지. 이 사실을 중앙에 알리겠다.”
“중앙에 알리다니! 무슨 짓입니까!”
“내 권한이라는 것을 잊으면 곤란하다. 중앙에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하지. 이상.”
잠잠했던 바다가 어느새 파도를 몰고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로 바다를 믿기 시작했다. 몇 척 남아있던 배들은 이내 파도에 휩쓸려 눈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이내 주변을 살펴보았다. 바닥을 내려 보니 여러 짙은 색들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는 짐작이 가고 있었다. 그들이 손짓하자 바다가 다시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바다의 친구는 역시나 그들이었다. 정중하게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만 같은 그들은 깊숙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 한 인어만을 제외하고는.
주홍빛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것을 내려 보고 있었다. 그는 이내 무엇인가 집어 삼키더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본 그는 그것을 쫓아서 이동했다. 숨 쉬면서 올라오는 그의 팔을 잡고 끌어올렸다.
“오랜만일세.”
“오랜만.”
젖은 머리를 겨우 털며 올라온 그에게 그는 그의 옷을 걸쳐 입혔다. 그가 사라진 동안 묻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으나 그는 우선은 그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들어가서 옷을 하나 받도록 하는 것이 어떤가?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 이 배에 있을 수 있다면 말이지. 언제 그런 것을 물었던가,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친한 친구라도 된 것만 같이 그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웃긴 듯이 웃음을 지으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춥지는 않은가, 어서 들어가서 몸을 말리기나 하는 것이 어떤가? 아. 그래야겠지. 로라스가 주는 옷을 받아들며 드렉슬러가 말했다. 드렉슬러는 이내 옷을 대충 받아 입었다. 우선은 내 옷을 빌려주겠다. 네 옷이었나, 어쩐지 조금 크군, 그렇게 차이는 없는데 말이지. 드렉슬러의 말에 그는 그저 웃었다.
“다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따뜻하게 몸을 녹이라며 차를 건넸지만 날카롭게 그에게 질문을 다시 했다. 다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게, 왜 다시 배에 올라탔을까.”
시답지 않은 답에 로라스는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녀와는 다시 계약을 한 것인가? 그녀와 다시 계약을 하긴 했지. 그녀가 이번엔 무엇을 제시하던가, 들으면 유치할 수도 있다.
“그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런가.”
“너를 보호하라는 계약 조건이었다.”
얼굴이 조금 빨개진 것인지 드렉슬러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었지만 로라스는 꽤나 놀란 눈치이었다.
“그녀가?”
“그래 그녀가.”
“나를?”
“그래 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에게 말하자 그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릴 했다. 그녀는 어떤 이인가, 영리한 여자이다. 그런가, 그는 별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계약에 불만이 전혀 없다.”
“그런가.”
“더불어서 그녀가 말하기를 네가 다리가 멀쩡하기를 갈망하는 순간까지는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하더라군.”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인가, 증표가?”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피를 뽑아 무릎에 치료하는 것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어째서?”
“알베르토 로라스 너는 우리의 은인이니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은인?”
그래 은인 말이야. 은인이라는 단어를 말하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영롱한 그 눈동자에 로라스는 아찔함을 느꼈다. 인어들은 인간으로 변해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 무엇이 잘못되었나? 그가 물어보자 로라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무엇인가 잘못된 느낌이었다. 이런 것이 무슨 감정이라고 설명해야할까. 당분간은 그의 숨겨진 공간에서 지내라고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 또한 물이 편한 것인지 수조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어가는 것을 바랬다.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드렉슬러가 그에게 물었다. 글쎄, 어떤 식으로 나가야 재미있을까? 당연히 그들을 박살내는 일이 아니겠어? 아, 그러고 보니 말하려고 했다. 신무기가 엄청난 성과를 내보이더군. 천재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완벽하다고 설명하지. 그 걸 그놈들이 망가트리려고 했다는 사실이 화가 날 뿐이지. 알았다. 네 말은 잘 알겠다. 로라스는 편히 쉬라며 그의 문을 닫았다.
*****
로라스는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가 고발한 내역은 당연히 중앙지부까지 전달이 되었고 그의 자리를 조금 더 굳건히 굳힐 수 있었다. 그가 인어를 소중히 한다는 말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인어를 소중히 할 줄은 몰랐다고. 그 말에 로라스는 그 또한 동의했다. 이리도 소중히 할 줄은 몰랐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의 분위기가 풀어진 것만 같다는 말에 그는 어색하게 웃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생각해보면 로라스는 어쩌면 인어를 증오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의 생각의 변화를 누군가 이끌어 낸 것만 같았다. 그 존재가 하늘의 빛을 담았다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로라스는 갑갑했던 목의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다시 배에 올라탔다. 그를 지켜 주겠노라 라고 말하는 그를 닮은 큰 배에 다시 올랐다.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그 큰 배 위에서 인어를 지키는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드렉슬러는 바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옆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말에 로라스는 그를 신식무기개발에 힘쓰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비상했다. 인어라고 해서 무시할 것이 전혀 못될 그런 존재가 되었다.
“언제든지 바다로 돌아가도 좋아.”
“아니, 나는 네가 죽을 때까지 지킬 것이다.”
“그럼 그리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농담하는 것만 같은 말투에 농이 아니냐는 로라스의 말에 드렉슬러는 아니라고 굴었다. 진심이야. 그 말에 로라스는 미소를 짓는 것이 전부이었다.
바다를 사랑하는지 물어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 있었다. 바다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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