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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제발 눈을 떠 줘 제발!"
그 녀석은 겨우 가느다란 호흡 소리를 내뱉었다. 눈가에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전쟁으로 인한 땀 인건지 모르겠다. 로라스 이 멍청한 녀석은 등 뒤를 지켜주겠단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처럼 내 방심해버린 순간을 그가 대신 끝내버렸다. 가슴, 가슴팍을 정확하게 노린 저격수의 노련함은 그의 가슴 가장 안 쪽인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그 것을 내가 맞았어야만 했다. 이 멍청한 알베르토 녀석 따위가 맞아 내 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호흡을 낮게 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흐르는 것은 로라스의 피 인지 나의 눈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손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매만져지고 있었다.
이게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그냥, 아침 일찍 로라스의 말을 들었어야했다. 안개가 깊게 낀 날이니 노련한 저격수 하나라도 있을 것 같으니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했었던 로라스의 충고가 이렇게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로라스의 외침을 조금 더 빨리 들었어야만 했다. 방심한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것이 바로 기사의 기본이었으나 그 것을 잊어버린 안일한 나에게 이러한 결과가 돌아와 버렸다. 뜨거운 액체, 두 액체가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렉스."
희미하게 눈을 뜬 벽안의 눈동자가 말했다. 살았다! 아직 내 사람은 죽지 않았다. 그런 안도감이 가슴을 스쳐지나갔다. 갑옷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로라스가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말하지 마 새끼야! 네가 왜 대신 맞아 왜! 네가 지금 이 꼴로 뻗어있냐고 개새끼야!"
피가 역류하는지 그의 입에서는 죽은피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피에서 너무나도 짙은 검은 피로 변하고 있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결말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지금 한계다. 그 것을 읽어버리고만 나는 그저 묵묵히 눈물을 흘리며 그의 가슴에서 흐르는 피를 두 손으로 지혈 하고 있었다.
"렉스…, 오늘 빨래를 걷어 두질 않았어…, 그러니 오늘 돌아가면… 내 대신 해주겠나?"
“해주겠어, 그러니까 제발 입 좀 다물어 로라스, 조금 뒤면 응급처치 반이 올 거야 그 때까지만 제발 버텨줘 제발!”
"… 아마도 한계일 거야, 자네 손 더러워지는 거 원치 않아…."
"닥쳐! 입 다물어, 너를 잃는 것보다는 내 손이 계속 더러워지는 것이 나아!"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서는 하는 말이 고작 저딴 소리란다. 어이가 없지만 그게 로라스다움 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이었다. 언제나 이 전장에서 결말을 항상 생각해버리곤 했지만 그 결말이 로라스가 사라진다는 결말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유일한 친우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이십년, 유년기와 그리고 모든 것을 함께 해준 동반자와도 같은 녀석이 죽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응급처치 반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소리쳐보지만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공간에서 그 소리는 고작 소음에 불과했다. 피를 얼마나 내뱉었는지 그리고 피가 얼마나 차가운 땅 바닥에 스며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찰나 로라스의 숨이 가느다랗게 죽어가고 있었다.
"… 내 마지막으로 말 하겠네…."
"네가 마지막이 어디 있어! 지금 응급처치반이 오고 있어 제발 참아!"
"… 아니, 못 버틸 것 같다. 렉스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길 바래…, 자네는 내 정의라는 것을."
뺨에 닿는 차가운 입술이 그리고 떨어져버리는 손이 현실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친우를 뺏어버린 바닥에 아무리 소리쳐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차가운 시신을 끌어안고 울부짖고 눈물을 토해낼 뿐이었다. 잃어버렸다. 유일한 삶의 탈출구가 막혀버렸다. 유일한 삶의 동반자인 사람, 그가 눈을 감아버린 순간 모든 것이 완전히 막혀버린 세상이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 제기랄! 왜! 왜 늦게 쳐왔냐! 개새끼들아!"
이미 숨이 끊어진 녀석에게 하얀 색의 천을 덮어버렸다. 왜? 저 녀석은 죽지 않았어! 아직도 손에 녀석의 온기가 가득하다고 수없이 말하고 있었다. 넋이 나간 드렉슬러의 얼굴과 외침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너무나도 늦어버린 태도와 행동에 드렉슬러는 더더욱 오열하고 미쳐갈 뿐이었다. 닥치는 대로 모든 이들을 죽이고 나서야 그는 모든 힘을 내렸는지 그는 포기한 것만 같았다. 부정하려고 해도 그것은 결국에 진실에 불과했다. 드렉슬러는 창을 떨어트렸다.
회사는 비상이 나버렸다. 회사의 중요한 인력 둘을 잃어버렸다. 사망자 알베르토 로라스와 그리고 회사를 나가겠다는 드렉슬러를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드렉슬러는 회사에 모든 것을 반납했지만 그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었더라면 알베르토의 썩지 않은 두 안구와 그리고 그의 신체의 일부를 가져간 것이었다. 그가 그 것으로 어떤 것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회사는 드렉슬러에게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
시신을 화장하기 전에 이미 드렉슬러의 이름으로 와있는 기증서가 그가 가져감에 당연했다. 드렉슬러가 무엇을 하던간에, 그들은 드렉슬러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의 슬픔은 그들이 생각한 것 보다 더 깊고 짙은 것이었다.
글라스에서 반짝이는 두 벽안이 그를 반기었다. 따스한 색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는 그 눈동자가 하염없이 따스했다. 따스한 로라스가 없는 세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없는 세상은 전혀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그를 안고, 말하고 싶었다. 감추었던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일말의 자존심으로 결코 하지 않았던 배반의 행동을 그는 하고야 말았다. 오로지 알베르토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거, 이거, 엄청난 대물을 물어버렸군요."
"닥쳐, 당신들이 원하는 건 거기 파일에 넣어두었다."
자신은 이미 그가 말하던 정의를 내려버렸다. 너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정의를 표현해? 결국 그들이 바라는 대로 그는 회사의 정보를 조금 빼돌렸다. 어느 정도 회사에 대해 애착이라는 것이 남아있었는지 회사가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를 그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윌라드와 술잔을 기울이며 그에게 들었던 것을 조금, 물론 윌라드가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하고 한 행위이었다. 하지만 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미친 게 분명했다.
"그리고 주셔야죠, 우수한 당신의 데이터를 말입니다."
"얼마든지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당장 박사와 연결 시켜줘."
"안타깝게도 아돌프 박사는 이미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박사가 남기었던 연구 자료와 데이터를 넘기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데이터는 전혀 줄 수가 없어 이건 완전히 내가 불리한 입장 아닌가?"
"하지만 이 데이터가 완벽하게 휴먼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 텐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맞는 사실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돌프 박사가 완성단계까지 만든 것에 대해 그들은 말했다. 인간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는 그 말에 드렉슬러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드렉슬러가 저항이라도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지 드렉슬러의 눈치를 보았지만, 예상한 것과는 달리 드렉슬러는 쉽게 혈액을 그들에게 내어주었다.
어떤 능력의 데이터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회사의 에이스라고 알려진 그 ‘다리오 드렉슬러’의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사실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던 드렉슬러는 오로지 연구 생각을 할 뿐이었다. 임시로 얼려둔 안구와 그의 일부가 얼마나 버티어 줄지는 생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계약 성립입니다. 부디 당신의 친구를 만드시길 빌어드리죠, 곧 태어날 당신의 친구에게 미리 인사 또한 덧붙이죠."
"닥쳐."
남자가 건네는 자료를 받자마자 불쾌한 표정으로 그는 접선장소를 빠져나갔다. 이것만 있으면 로라스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방관한 모든 이들의 탓이었다. 안식처를 없애버린 이들 따위는 내 공간에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그를 원할 뿐이었다. 자료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혼자서 연구를 완성했단 천재에 가까운 아돌프 박사의 내용에 그들의 내용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전혀 알 수 없는 말이 가득했지만은 이 따위 내용 얼마든지 읽어주마, 로라스를 다시 만들 수만 있다면! 불가능이라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단어나 마찬가지다.
*******
실패. 몇 년이 지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완벽하게 도달했단 사실이었다. 안구의 인식까지는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깜빡이는 두 눈동자를 만들었을 때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경이롭고 대단한 순간에 드렉슬러는 그 눈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조금 조금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이 것 하나이었다. 로라스의 가장 깊숙하게 남아있었던 뇌를 조심히 만지었다. 죽기 전에 겨우 꺼내어 얻어낸 뇌를 이 센서에 연결한다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신장, 그와 같은 얼굴, 그와 같은 머리카락, 그와 같은 모든 것이 곧 만나게 해 줄 수 있었다.
센서에 뇌를 연결하자 뇌는 언제 살아 있다는 듯이 녹아버렸다. 고열의 센서는 그의 뇌를 녹일 만큼 강한 것이었다. 잃어버린 그의 것에 그는 포기하고야 말았다. 어떻게 인간의 윤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냐는 듯 하늘의 죄와도 같은 것이었다.
“왜 !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방해하는 겁니까? 왜!”
신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신은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인륜을 거슬렀다는 그 태도, 드렉슬러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연구 자료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화가 나버려서 모든 것이 눈에 보이기도 싫었다. 이렇게 만든 상황이 너무나도 미웠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한 것이지? 드렉슬러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매 마른 두 손으로 눈을 감았다. 이제 틀렸다. 몇 년에 걸린 연구는 결국 실패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찰나, 드렉슬러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자포자기한 그에게 들린 음성은 익숙한 음성이었다.
[ chord name, FAITH, operation of system ]
성공이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알베르토가, 그의 알베르토가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그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매 마른 손이 사람의 피부와도 비슷한 피부를 만지었다. 밝은 색의 벽안이 자신을 향해 눈동자를 향하고 있었다. 따스한 눈동자가 다시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오는 말은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실험은 실패다.
- 2 -
결국 연구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가 만든 것은 로라스가 아니었다. 그가 만든 것은 결국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드렉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이 아님을 알아버렸다. 그는 오열하고야 말았다. 눅눅하고 습기가 가득한 바닥을 두드리고 두드릴 뿐이었다.
그의 친구는 죽음의 강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차라리 영혼이라도 팔 걸, 아니면 그냥 내가 죽어버릴 것을 그랬다. 그는 중얼거렸다. 아무 것도 되돌아 온 것이 없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고독한 외로움이었다.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익숙한 체온은 사무치게 그를 그릴 뿐이었다.
[감정 수치 이상 발견, 아버지 무슨 일 있으십니까?]
"닥쳐."
[등록 된 단어가 아닙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닥치라고!!"
드렉슬러는 그가 만든 것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의 기억을 더듬어 만든 그의 목소리는 그가 기억하는 그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같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와 같다는 것이었다.
[ 아버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
그의 말은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만든 것은 그저 알베르토 로라스를 본 떠 만든 기계 덩어리가 불과했다. 까칠한 머리를 마구 엉키고 눈의 초점 또한 엇나간다.
발명, 그 좆같은 발명이란 놈은 결국 이런 걸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원을 끄지 못했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그 것' 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렉슬러는 플러그를 뽑지 못했다. 미련하게 남은 물건의 화면은 결국은 그가 만든 로라스인 것은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감정 수치 그런 것 신경 쓰기 전에 위로해줘.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을 위로해주던 그 따스한 모습의 로라스와 대입하고 싶어버렸다. 잃어버린 그를 어느 순간 그 것에 대입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해 한심했다. 그와 같은 눈으로 제발 쳐다보지 마.
*******
"당신이 여기 다시 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휴먼노이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뭐야.“
“그 방법은 글쎄?”
날카롭게 드렉슬러가 물었다. 어깨를 으쓱 댄 그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드렉슬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거의 3년이란 시간을 연구실에 박혀있던 사람치고는 멀쩡한 몸인 드렉슬러에게 찰나의 순간에 제압당한 그는 숨을 쉬지 못할 만큼 강한 힘에 당황했다.
"아돌프 박사는 어디로 갔어!"
"몰라! 아돌프는 사라졌어!"
쾅! 하는 소리와 벽에 머리를 쳐버리자 쓰러졌다. 이내 드렉슬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미친 듯이 그들의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돌프 박사와 함께 안드로이드의 상위 단계인 트릭시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것은 무언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것은 완벽한 착각에 불과한 것 이었다 그들은 아돌프 박사와 다르다. 전혀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 수박 겉핥기와 같이 겉만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주저앉았다. 미지근하게 흐르는 것이 이제는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 것은 결코 로라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것이었다.
*******
회사는 지난 삼년 간, 행방이 묘연해진 드렉슬러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의 내용을 조금 넘겼으며 그가 넘긴 자료는 헬리오스 능력자의 등급을 분류한 것이었다. 또한, 드렉슬러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 데이터를 넘겼다는 소식에 그들은 정신이 혼미백산 해졌다. 뛰어난 그의 신체 데이터로 만든 클론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천재가 아니라는 듯이 드렉슬러가 넘긴 자료는 충분히 회사의 능력자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구 수뇌부들을 붙잡는 것에 성공했다.
회사 인들이 발견한 것은 아돌프 박사라는 존재와 그리고 그들 연구원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의 결실이었던 트릭시를 박사 홀로 만들었으며 그들은 그 트릭시보다 더 대단한 것을 만들고 싶었단 것이었다.
"… 정말로 그가 그의 데이터를 넘겼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스스로 그의 혈액과 머리카락을 넘겼습니다.”
압수한 장소에는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드렉슬러의 머리카락과 혈액이 곳곳에 짙게 퍼져있었다. 며칠 전에 드렉슬러가 왔다간 사실을 말한 한 연구진 덕에 드렉슬러의 행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다.
그는 아무 곳에 속해있지 않았다. 부랑자 같이 지낸다고 말했다. 그 사실까지는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회사는, 그저 그를 묶어버린 족쇄와도 같았다. 그 사실이 그들을 무겁게 만들었다.
"한심한 놈."
삼년이라는 시간을 결국 알베르토 로라스를 만들어버리는 그 시간에 써버렸다니, 드렉슬러와 유사한 클론을 보며 분풀이를 하던 타라는 한숨을 쉬었다.
멍청한 놈, 그렇게 정신 못 차릴 거면서 그렇게 피해 다니고…, 정말이지 사내놈들이란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묵묵히 시가를 피우는 저 사람도 그리고 사라진 그 녀석, 먼저 가버린 그도.
*******
[아버지, 바람이 찹니다. 문을 닫는 것을 권유해드립니다.]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시끄러."
완벽한 로라스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드렉슬러는 현실을 결국 받아드리고야 말았다. 자신이 발버둥 쳐봐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단 사실을 알고야 말았다.
로라스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순간 그는 그가 만든 것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로라스와 같은 외형과 목소리를 가진 자신이 창조해낸 하나의 '인격'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받아들이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몇 번이나 그를 만나고 싶어서 자해하고 또 자해해도 돌아온 것은 차가운 기계의 보살핌이었다. 애초에 로라스라는 놈은 그런 놈이었다. 말리고 보살피고 껴 앉아주던 그런 놈이었다. 그걸 본 떠 만든 놈이니 결국은 그와 다를 바 없었다. 가슴 부근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그것을 어느 순간 말리고 있었다.
[위험합니다. 그만 두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자해하는 손을 막은 기계의 손에서 이상하게 온기라는 것이 존재할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버렸다. 드렉슬러는 조용히 손을 내렸다. 이 손길은 매우 익숙해서 , 그래서 멈추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기랄, 왜 그 얼굴이 왜 또 떠오르고 난리야
[아버지, 지금 흐르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너한테 주지 못한 것."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 이후로 조금의 가능성을 보았다. 로라스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것에게서 보고야 말았다. 로라스의 뇌의 일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의 습관을 기억하는 듯이 옆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며 손등을 두드리는 것 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후로 드렉슬러는 그를 더 이상 물건으로 대하지 않았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 시작했다.
[감기 걸리십니다.]
"걸리지 뭐 까짓 거."
문제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로라스라는 존재를 만든 배터리의 수명은 거의 무한과도 같다는 것을 그는 깨달아 버렸다. 그 것은 자신이 없다면 이 녀석은 언젠가 혼자가 되어버린 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시도하고야 말았다. 또 다른 자신을 만든다. 그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영원이라는 시간을 결코 그와 함께할 수 없는 것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이 성공할 것이라는 행운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만약, 내가 없어진다면 너는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마."
[이해 불능, 다시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영원히 이해하지 않는 것이 좋아."
드렉슬러가 한 말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그의 모습에 드렉슬러는 실없는 웃음을 비추었다.
*******
"결국은."
엉망이 되어버린 장소를 보고야 말았다. 욕조에 가득한 피 비린내가 역하게 그들을 반겼다. 끊임없이 추적하고 추적하여 드디어 드렉슬러를 찾았다. 드렉슬러를 보자마자 욕을 하려던 타라는 숙연해졌다. 늘 전처럼 반겨줄 것만 같았던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물론 그들이 만난 것은 차가운 시체이었다. 누구보다 평온한 그 얼굴로 잠든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온한 그를 안전하게 들어서 차가운 물 따위가 아닌 따뜻한 불에 태워주었다. 알베르토를 태웠던 것처럼 그와 유사하게 태워주었다.
“ … 그 자리에 그건 없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드렉슬러가 처리했을 지도 몰라요. 멍청한 녀석이니까요."
"안타깝군."
윌라드의 손에서 끝까지 타버린 시가가 그렇게 말했다. 타라는 그 끝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는 그의 친구를 하나 잃었다.
어떤 목적으로 접근했던 간에 다리오 드렉슬러라는 사내는 그의 친구나 다름없는 존재이었다. 함께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그의 야망을 털어놓을 이가 이제는 존재 하지 않았다. 윌라드는 다 타버린 시가의 조각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무척이나."
*******
[ 아버지, 왜 눈을 뜨지 않으세요 ]
그는 그와 같은 것을 내려 보고 있었다. 눈을 뜨지 않는 것 그 것은 그의 아버지이었다. 며칠이 지났는지 그는 이제 그에게 입력되어있는 데이터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 그가 전원이 켜졌을 때에는 그의 아버지가 눈을 감은 채로 누워있었다.
실험은 실패다.
외전, 당신의 상상에서 빌려온 이야기.
드렉슬러는 그가 완성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만든 그의 안구는 그의 안구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탁한 색이 그를 비추었다. 머리카락은 그의 머리카락 조직을 분석하여 비슷하게끔 만들 수 있었다. 골격과 신장은 소름 돋게도 자신과 똑같았다. 그는 그 자신을 창조해냈다.
[아버지.]
그가 그것을 보고 아버지라고 했다. 그가 보기에도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라면 꽤나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저것을 내 대용이라고 생각해.”
[저것을 말입니까?]
“그래.”
그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존재 이유는 그를 만드는 것이었지 그와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죄악감은 점차 커져 그를 누르고 있었다.
드렉슬러는 욕조에 물을 천천히 받아내었다. 목욕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도와드릴까요? 쓸데없이 친절한 로라스의 시스템에 빌어먹게도 그와 함께한 기억의 단편이 머릿속을 날카롭게 파고들고야 만다. 드렉슬러는 더 이상 그와 함께 해줄 수 없다.
끔찍하게도 돌아오는 가슴에 짖긴 상처는 이제 너무 덧없이 커져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
따뜻한 물에 잠긴 드렉슬러는 그의 면도날이던 것을 손에 쥐었다. 손과 물 사이로 피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우습게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미 몸의 상태는 현저히 최하의 상태이었다. 만약, 그가 있었더라면 이럴 일은 절대로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일을 그 스스로가 하고 있었다. 자살만큼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그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왜, 그 순간 너는 나를 살렸을까? 왜? 나라면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왜?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인가? 모르겠다. 몸을 말아 고개를 숙였다. 따뜻한 물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모든 것을 결심한 순간에도 왜, 그와 함께한 기억의 파편이 그를 괴롭힐까? 로라스, 왜, 너는 나를 살렸니?
‘그러지 말아, 드렉슬러.’
귓가에 들리는 것은 익숙한 그의 음성이었다. 왜, 나를 이렇게 괴롭혀? 너는 이미 떠났고,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단 말이야.
드렉슬러는 바들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목에 면도날을 가져다대었다. 슬쩍 닿았을 뿐인데 제법 날카로운 면도날은 물에 닿아버린 그의 손목을 가뿐히 베어버렸다.
한 번 더 그는 그의 손목에 깊숙하게 베었다. 천천히 흘러간 피는 어느새 욕조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똑똑 떨어지는 것은 그의 것이었다.
천천히 느려지는 기억의 태엽이 그와 함께한 그의 행복한 시간들을 돌려주고 있었다. 알베르토, 나의 알베르토.
*******
오랜 시간이었다. 드렉슬러가 나오질 않아 걱정이 된 그인 그는 욕실을 열었다. 잘못된 입욕제를 넣은 것만 같아 성분을 분석하고 있었다. 성분 결과 그 것은 피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지근한 핏물이 그의 손에 닿았다. 그를 끌어 올려보았지만 물을 먹은 듯 그는 미동이 없었다. 머리에서는 몇 번이고 그를 놓으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잠깐의 깜빡임이 그에게 존재했다. 서버를 접속하려던 찰나, 서버에 접속할 수 없었다. 그의 전원이 잠시 나갔다.
“드렉슬러.”
우습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가 그토록 바란 그의 이름이었다. 더 이상 눈을 뜨질 못하는 드렉슬러의 모습에 그 몸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 흘러감을 느꼈다.
“이 아둔한 사람아.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이야.”
드렉슬러가 마지막으로 넣어둔 프로그램이 하필이면 그가 눈을 감았던 순간에 로라스에게 닿았을 지도 모른다.
그는 차가워진 그의 몸을 껴안았다. 비리고 비린 그의 향을 데이터에 담아 두고 담아 두었다. 사라지지 않는 그의 얼굴이었다. 드렉슬러여, 나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이여.
*******
그가 눈을 뜨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의 아버지이었다. 그 아버지의 얼굴을 잡아보니 따뜻했다. 무엇인가 연결되어있는 것이 그가 본 그날과는 달랐다.
[인식 중]
그가 인식한 것은 그가 아버지라고 저장한 것이었다. 그가 잠시 연결이 끊어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의 저장소를 열어보아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달라져있던 것이 있다면, 그의 아버지를 깨워야한다는 명령어가 남아있었다. 그 명령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상당한 지식이 요구가 되었다.
그는 익숙하게 드렉슬러가 정리한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이 찾아갔는지 데이터가 천천히 읽혀졌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파일을 전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을 집어든 그는 또 다시 접속이 불안정함을 느꼈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는 분명 그의 아버지를 찾으러 욕실에 간 것은 기억이 났지만 그 이후의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입력한 것들이 하나하나 변하고 있던 것이다. 우습게도 그 것은 그의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그의 모드를 잠시 숙면상태로 만들었다.
그가 그리고 본 것은 그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 그의 이름이었다. 그 것을 열려고 하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되어있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파일은 없었다. 비밀번호라,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전혀 비밀번호는 등록하지 않았다.
결국 아무 거나 입력해보자라는 마음에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입력하였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그의 연결이 불안정해짐을 느꼈다.
*******
그가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움직이지 않는 그의 얼굴을 한번 만졌다. 그와 너무나도 닮은 것 이었다. 그리고 그 것의 센서를 끊어버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기름을 그의 신체에, 그리고 그것에 부었다. 불씨를 피우니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하하, 그 또한 그를 그렇게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가 만든 그 것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타오르는 것에 몸을 맡긴다.
그를 다시 만나러 가는 순간이다.
*******
“다시 오고 싶지 않았는데….”
타라는 불이 꺼져서 검게 타버린 곳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기계인 것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것 마냥 타서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게 사라져있었다. 어쩌면 드렉슬러는 실험을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결코 그가 만든 것으로는 이런 뛰어난 것을 하지 못한다.
“어리석은 사람, 당신이 바란 것처럼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것의 파편들을 조심히 주워 담았다. 완전히 타버린 그의 연구실을 바라보고 문을 닫았다.
어리석은 사람, 그렇지만 언제나 정렬적인 사람이었다. 타라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회사 뒤편에 마련된 그와 그가 누워있는 곳이었다. 그 앞에 그것들의 파편을 내려놓았다.
“서로를 다시 만난 느낌이 어때?”
엄청, 좋다! 이 마녀야! 라는 그의 목소리가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언제나 목적을 이루고 나면 사라지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만, 언제나 시답지 않는 농담과 일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함께한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은 두려워지고야 만다. 타라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을, 같이 있는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속에 불을 치고 또 불을 만든다. 그 것을 뚫고 들어온 두 명의 남자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 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익숙하지 못한 것이 눈에서 떨어졌다. 황급히 그녀는 손으로 그것을 닦아 내었다.
유난히, 따뜻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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