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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남은 심각하게 단조로웠고 심각하게, 조용했다. 우리의 만남은 그러했다.
느릿하게 숨을 쉬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너무나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서 어찌할 수도 없었다. 그는 저와 달랐으니까.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그래. 그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완벽한 천재였다. 저처럼, 만들어진 천재가 아닌 진심으로 완벽한 천재이었다. 빌어먹을. 벽을 주먹으로 내리쳐댔다. 그 동안 노력해온 모든 것들이 천천히 그의 재능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몇 살이나 더 어린 주제에, 제가 해온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밟아 대기 시작했다. 지독한 패배감이 머릿속을 맴돌아댔다. 왜? 제가 해온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밟아 대는가.
“다리오 선배. 자세히 조금 더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왜. 라는 마음만이 들어 도저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젓고는 입술을 깨물고 녀석을 외면한다. 아니. 외면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녀석은 눈이 아프도록 저를 찔러대고 있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제 숙소에 들어와서 손이 부서질 것 같이 책상을 쳐댔다. 무슨, 어떤, 눈앞에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시는 저 녀석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같은 길을 가는 동안은 그렇게 될 것이다.
“굳이 같은 길을 갈 필요가 있나?”
저 스스로 물었다. 그래. 애초에 만들어진 천재가, 천재 앞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약간의 그래, 그저 약간의 꼼수에 불과한 일이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너무나도 쉽게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굳이 같은 갈 이유는 없고, 필요조차도 없었다. 얼얼한 제 손을 들어 얼굴을 닦아내었다. 이게, 이게. 뭐라고 저를 이렇게 망가트리는가.
그래, 처음은 그저 잘 따르는 녀석이었다. 알베르토 가문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와, 그리고 저 녀석이 범상치 않다는 전제는 제 머릿속에 깔려있었다. 다만, 그래. 다만 제 머릿속에 전제로 있던 일이 아닌 점이 있다면, 저와 그 사이에 있는 두 번의 굴레가 지나간 시간은 뭣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들이 쉽게도, 너무나도 쉽게도 단 한 번에 하고 있었다.
알베르토 가가 어떻게 후계를 만드는지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뛰어난 우성들만을 모아서 그들을 키운다는 소문만을 들었다. 소문이 얼마나 대단하겠어, 라고 생각한 제 탓도 있다. 그들은, 정말로 천재의 탈을 쓴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저 조차도 두려워 할 만큼의 뛰어난 괴물을.
그래, 처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제 눈앞에서 보란 듯 마상창을 휘두르며 말 위에 타고 있는 모습은 누가보아도 위협적이었다. 단 한번 창을 잡는 법을 봐주었을 뿐인데 단 한 번의 말, 그 한 마디 뿐이었는데 자세부터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그래놓고는 말 위에서 내려와서 제 앞으로 쪼르르 다가와서 괜찮았냐고 이것, 저것, 물어오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가 싫은가.
저는 아마도 이기적인 사람일 것이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 목소리를 하나하나 무시하고는 그의 얼굴을 지나치고 다시 제자리걸음으로 몇 걸음 걸어댄다. 도무지 제가 바라는 이상과 가까워지지 않는 발걸음은 저를 절망하게 만들고 죽게끔 만든다.
“다리오 선배!”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뒤를 돌아서 그를 외면한다. 쫓아오지 마! 라고 소리치며 녀석을 다시 밀어낸다. 미안하지만, 정말로 미안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녀석을 봐줄 수 없을 것 같았다. 태양을 보는 것 같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도 부담스러웠다. 저를 따를 이유 조차도, 저를 볼 이유조차도 없을 텐데도 말이다. 빌어먹을 알베르토 로라스. 그렇게 그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그 자리를 외면하고 도망치듯이 외면한다.
관심. 그래 그 아이에게는 관심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저는 그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했으니까. 같은 길에서 만나면 서로는 불편한 방해물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조금 더 울퉁불퉁한 길,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구불구불하고 애매한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은 역시나도, 아니 당연히도 어려운 길이었다. 순식간에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은 바른 것을 생각하는 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느 순간에 동경의 시선에서 지독하게도 쓰레기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저를 시선들이 변화하였다. 어느 정도는 예측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제 스스로 묵묵하게, 아니, 뛰어나게 더 자랑하는 것 마냥 그들 앞에서 굴어댔다. 제가 발명한 것들은 결코 허투루 넘어갈 것들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바라는 것처럼 그들 앞에서 몇 번이고 시연을 해댔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가 바라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이 벌여졌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 유독 아프지 않은 그 시선을 잡아냈다. 부드러운 눈빛. 그 푸른빛의 눈빛을 몇 번을 응시해댔다.
‘왜?’
비아냥거리는 눈들 사이에서 왜?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쳐다보는 것인가.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말하는 말에 눈이 아릿하게 시려왔다. 괴물이라고 만든 새끼가. 오히려 멀쩡한 새끼들 보다 더 정상이었다. 먹먹해지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달려가고 또 다시 숨을 내뱉고는 달려간다. 뛰는 가슴 소리가 귀와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먹먹하게 귀를 쳐오는 것들에 저는 멍청해지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다시 백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왜? 그건 연민인가. 아니면 다른 눈인가. 저를 혼란스럽게 헤집어대는 눈빛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저를 내려온다. 지독하게도.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본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왜, 이리도 혼란스러운지. 그것들을 감추고 숨기고 누른다. 다시는 바라보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러도록 그렇게 둔다. 어떠한 감정을 안다고 하기에는, 그렇다고 하기에, 저는 너무 미성숙했다.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외면한 것 보다는 빠르게 빨리 지나갔다.
어느새 그 녀석은 천천히 제 앞에 다가온 하나의 성인이 되어있었다. 같았던 눈높이는 이제는 제가 그를 조금 올려다보는 정도가 되어있었다. 다른 거리는 어느새 따라 잡혀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눈을 조금 깜빡거려서 다시 그를 쳐다본다. 여전히 그는 부드럽게 저를 보고 있었다. 어떠한 일을, 어떠한 행동을 하던 여전한 태도로. 그 당연한 태도에 무엇을 어떻게 하랴.
이리도 단조롭고도 짙은 관계가 어디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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