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5wuK
자네를 연모해.
불투명하게 비추는 글라스에 불빛이 아른거렸다. 취했나. 취했군. 이렇게 술을 과하게 마신 적이 없었을 텐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머리가 지끈 거린다. 옆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그는 이미 바의 긴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쓰러져 있었다, 눈이 풀리지만은, 그것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취해있어. 그래. 조금은 ㅡ 괜찮아. 손가락을 뻗어서 짙은 눈썹과 그리고 높은 콧대를 지나쳐서 입술 근처에 손가락을 댔다. 말캉한 입술이 제 손에 닿고, 전율이 오는 것 마냥 짜릿한 기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쳐댔다.
이런, 취했어. 손가락에 닿은 열이 너무 뜨거워서 황급하게 떼어내었다. 열을 식히는 사람인 것 마냥 저 또한 고개를 테이블에 박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왜, 자네에게 빠졌을까. 짙은 알콜의 냄새가 제 코를 지난다. 왜, 나는 자네를 좋아하게 된 걸까. 눈을 깜빡이면서 그의 얼굴을 하나, 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왜, 도대체 어째서. 혐오스러울 만큼 자네가 좋아. 사진을 찍는 것 마냥 눈을 깜빡 깜빡이었다. 하나, 담았던 욕심이 점차 커져, 둘, 욕심이 조금씩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괜히, 손을 뻗어서 거친 머리카락을 매만져 본다. 그냥, 취해서 그런 것뿐이야. 그저. 그렇게 한참을 깜빡이다 느릿하게 눈을 뜬 그 눈빛과 마주했다. 모든 사고가 정지한 것 마냥, 뻣뻣하게 손을 거두었다.
“뭐하냐.”
“모르겠네.”
“취했냐.”
나른하게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게 서로 마시는 게 아니었다. 중얼 중얼 거리면서 몸을 겨누지도 못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어깨를 잡으면서 가자. 하고 이끌었다. 그럼 그래야지. 하고 중얼거렸다. 비틀거리면서 옆에 둔 겉옷을 들었다. 서로 비틀 거리면서 어깨를 잡아댔다. 비틀거리는 거리가 울렁이게 제 눈을 흐려댔다. 영 좋지 않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저어댔다.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보니 그 또한 마찬가지인 듯 했다. 풀린 눈이 제법 가까워졌을 다고 싶었을 때 쯤, 벽에 기대어서 술 냄새 가득한 입술을 서로 맞대고 있었다. 알콜, 알콜의 힘이겠지.
누가 먼저 입술을 맞대었는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신은 제 편이었다는 것이었다. 기억하지 못할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죄책감,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입술을 맞대고 혀를 섞어대고 있었다. 미쳤을 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대었다. 손바닥이 닿고 떨어졌다. 그 온기에 몸을 뒤척이면서 일어나려하는 기분이 들었다. 화들짝 화끈거리는 온 몸을 집어 들고 자리를 피했다. 기억나는 일이 아니 이길, 서로에게 결코 기억나는 일이 아니기를 친구, 그 이상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무리였다.
“어디 가냐. 알베르토.”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지. 자네와 나의 거리를 벌리는 중일세.”
“네 녀석은 가끔 어려운 말을 하고 있어. 뭘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섹스 프렌드 쯤, 그 쯤이 아닌가 싶은데.”
섹스 프렌드. 쳐다볼 힘조차도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지났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바스락 거리는 제 옷만을 쥐고 서있었을 뿐이었다.
‘자네를 연모해.’
그것도 절실히. 침대 위에서 턱을 괴며 보는 얼굴은, 그 얼굴은, 지독한 현실이었다. 그는 몰라. 결코. 그저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안겼던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랬었는데 말이야.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라드렉 - 빛이 되어줘 (3분간의 연애) (0) | 2015.07.30 |
---|---|
로라드렉 - 살인자의 검은 피 (moxnox) (0) | 2015.07.30 |
쌍창 - 무제 (0) | 2015.04.11 |
쌍창 - 이 밤 너의 곁으로 (0) | 2015.03.24 |
쌍창 - 전력 60분 (0) | 201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