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눈을 떴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있던 것은 어떤 남자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누워있는 늙은 남자의 모습을 인지했다. 저 남자는 그를 만든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 이었다. 깜빡,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공간은 여러 것이 뭉쳐 있는 거미줄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느린 그는 그제야 자신의 목걸이를 확인했다. 낡은 그 목걸이에 무엇이 쓰여 있다. 그는 그것에 무엇이 적혀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읽을 수 없었다. 멍청하게 만지던 그는 한 자, 한 자 손가락으로 더듬어 그것을 손으로 그려냈다 중요한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듯 품에서 떨어트리지 않았다. 그가 혼자 몇 년을 보냈을까 심심할 때는 서재의 모양을 갖춘 곳의 책을 꺼내어 읽어보았다. 아쉽게도 글을..
빌어먹을! 얇은 이불 속에서 들린 소리는 낮은 목소리이었다. 그는 온몸이 얼어버려 며칠 전에 겨우 겨우 눈을 떴다. 그 애송이 같은 녀석에게 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더더욱 무거운 짐과 같은 이 홀든가의 차남인 벨져 홀든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는 온 몸에 감긴 붕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를 쉽게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 조차도 몰랐던 힘의 발현이 그를 뚜렷하게 만들었다. 방심했다. 고작 빙결사라고 생각한 놈의 손에서 검이 생겼을 때, 무엇을 했던 것인가? 수치심에 온 몸이 떨려버려 눈을 감았다. 얼마나 수치스럽던가, 방심의 틈에서 애송이에게 당해버린 것이었다. 죽도록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었더라면 덜 수치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하염없이 손목에 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