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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해서 그랑플람에서는 예술가 진흥 사업을 추진하고자한다.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가?”
모두의 이목이 침묵하고 있었던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신중한 눈빛의 그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었다. 당신이 하는 일이 잘못될 리가 없지. 브루스의 뒷모습을 보고 마틴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애초에, 예술가 사업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기에 그는 수긍하는 것이 전부이었다. 언제부터 우리의 삶에 예술가가 존재했던가. 마틴은 벗어둔 모자를 다시 썼고 회의장을 나서려고 했다.
“무엇이 또 불만인 것이냐 마틴.”
브루스의 불신어린 눈빛이 저를 향해 있자 마틴은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신이 하는 일에 어찌 불만을 내세우겠습니까? 거짓말하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구나, 어리석은 녀석. 머릿속으로 당신의 생각을 읽는 것이 정말 쓸모가 없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실망할 것조차도 남아 있지가 않은 걸요. 마틴은 그 자리에서 브루스의 말을 감히 잘라버렸다. 당신이 진행하는 일에는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확신어린 마틴의 목소리에 브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저 녀석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브루스의 마음을 후볐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녀석이었건만, 선택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린 녀석이었다.
마틴 그는 저를 향하는 눈빛들이 얼마나 모독적이며 치욕적인 눈빛임을 알고 있다. 그랑플람에 복종적이지만 그것에 반하는 태도를 보이는 그가 당연히 믿음직스러울 리가 없었다.
또 어떤 일을 만들려고, 저 어린 녀석이 재단을 망치고 다니는군. 브루스 씨는 왜 저 녀석을 내치지 않는 것이지? 그를 제어하던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이런, 그는 이걸 듣고 있겠지. 소름 돋게 그를 쳐다보는 그 눈빛과 그리고 저를 향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을 듣고 또 듣는다. 이렇게 큰 자리에서 그의 자리는 어느 곳도 없었다. 그의 선택은 그렇게 그에게 독이 되었다. 그래서 후회 하냐고?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마틴 그 자신을 서게 해주었고, 그리고 나로 인해서 재단은 위기를 벗어났다. 그런 것을 어찌 모두가 외면하는가.
*****
마틴은 다음 날, 어이없는 소식을 접해들었다. 직접 후원을 할 예술가들을 방문하라는 소식. 그리고 그 적임자가 그라는 소식이라는 것을 접해들었다. 당장 따지러 가려고 했던 찰나 모두가 그를 말렸다. 그것은 그랑플람의 뜻이라며 그를 내려쳤다. 그래, 그랬겠지. 후원이라는 이름 아래서 찾아낼 녀석들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 것 또한 그랑플람의 뜻이겠지. 마틴은 애써 그 것을 수락하였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전시회 일정들이 그의 손앞에 가득했다.
“어째서 나입니까.”
그가 떠나기 직전 마틴은 브루스를 겨우 만났다. 그가 모르는 일이 존재하였는지 수많은 자상들이 그의 몸에 남겨있었다.
“별 이유는 없다. 네 녀석의 눈과 귀를 믿을 뿐이지.”
“…여전히 나를 믿습니까?”
“네가 그리 생각하면 그런 것이겠지.”
힘겨움에 눈을 감는 노장의 눈빛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당신이 나에게 미룬 일이니 하겠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 모든 것들은 당신이 해야 할 겁니다. 마틴은 그렇게 숨을 고르는 브루스의 눈빛을 외면한 채로 수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이 전부이었다. 어떤 작가는 아름다운 곡선을, 어떠한 작가는 빌어먹을 현실을 그려서 그의 흥미를 자극하였다. 몇몇의 이름을 적어둔 그는 하나의 작품을 보았다.
또 다른 그를 투영하는 것만 같았던 침묵 속에 외로이 서있는 한 작품을.
그는 숨이 막힐 듯이 그 작품을 바라보았다. 잘못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그림의 선과 끝 아무 것도 적혀있질 않는 백지와도 같은 그 작품에 그는 숨을 겨우 내쉬었다. 어떤 사람인거지 도대체? 그의 생각을 읽혀버린 것만 같은 공허함이 그 작품 속으로 들어내었다. 불쾌했다. 그가 아닌 다른 이, 그것도 이름도 모르는 이가 보여준 작품 속에는 능력이 가지고 싶다고 속삭이는 헛된 마음을 가진 소년이 서있었다. 돌아버리겠군. 손에 쥔 수첩에 적었던 관심이 갔던 작가의 이름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가 만날 사람은 이 사람이 전부이다.
“이 작가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갤러리의 사람들에게 모두 물었다. 그들이 한결 같이 내뱉는 말들은 모른다 라는 답이었다. ‘그 사람이 작가인가?’ ‘아냐, 그 남자는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는걸.’ ‘그렇지만, 그 남자 밖에 이곳에 오지 않았는걸.’
“그 남자가 누구죠?”
의미 없는 말들 속에서 그가 찾는 것은 그 남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그 남자는 매달 그림을 전시하러 오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남자는 누구 입니까? 그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겨우 겨우 설득하여 주소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수근 거렸다. 그 남자가 무엇을 잘못했던가? 아냐 그 남자는 과묵했어. 그들이 말하는 것들 속에서 진실을 하나, 하나 잡아내었다. 병에 걸린 것처럼 숨소리가 일정치 않았고 그저 얼굴을 보면 평범하다는 말이 전부이었다.
마틴은 서둘러 주소지로 자리를 찾아갔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그림들이 그의 눈에 펼쳐져있었다. 마틴은 하나, 하나 눈으로 그 것들을 담아내었다. 어떤 그림들은 그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어떤 것은 그에게 고요한 것을 내뱉었다. 솔직한 그림이었다. 짙은 유화 물감의 냄새가 가득한 공간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이가 나타났다. 그는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평범한 인상에 숨소리가 일정치가 않은 남자이었다. 짙은 피부색 그리고 그를 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무단침입이로군.”
숨소리가 일정치가 않았다.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에 마틴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정말로 그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 마틴은 황급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이 그림을 그리신 분인가요?”
“아니다.”
깊게 내쉬는 숨소리가 이어지고 의외의 답이 들렸다.
“그렇다면 중개인 쯤 되겠군요. 작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 이전에 무단침입이 아닌가, 불쾌하게도.”
미간에 찌푸려진 것이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틴은 자신의 방문 목적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은 그랑플람 재단에서 나왔으며, 재단에서 후원할 예술가를 찾고 있었던 찰나에 이 작품을 보고 후원하고 싶었다는 확실한 그의 뜻을 내밀었다. 앞의 남자는 그 것과는 무관하게 갤러리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깔끔한 갤러리 안의 세세한 먼지를 관리하는 것이 지독한 결벽주의자 같았다.
“예측한대로 중개인이다. 그에게 이를 전하지.”
기관지가 약한 것인지 숨소리가 약간 거칠었다가 다시 옅어졌다.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틴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생각을 읽으려하여도 잡히는 것 없이 공허하고 조용한 남자의 머릿속에 그는 의구심이 천천히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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