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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챌피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 그 것을 알아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안 것은 정말 소소한 일이었다. 재단과의 일로 잠깐 마주친 사이에 그가 미묘하게 틀려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다만 불안한 것은 그의 기억이 온전치 않음을 그 조차도 그 것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궁금함에 그에게 물었다. 왜, 멍청하게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것을 숨기는 것이냐 물었다. 그는 멍청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예고된 일이기 때문이죠. 나는 그가 말하는 예고가 무엇인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가 지은 미소가 곧 사라질 사람인 것처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마틴 챌피가 점점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후 나는 다시 마틴 챌피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어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멍청하게 굴지 말고 진료를 받으라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저 웃는 것이 전부인 마틴 챌피는 길을 마저 걸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야? 나는 그렇게 물었다. 고개를 젓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위는 그에게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종종 마틴 챌피는 사람이 많은 곳을 이동할 때에는 꼭 능력을 약화시켜주는 이와 함께 걷고는 했다. 그 자가 아니라면 그는 미칠 지도 모른다고 종종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했다. 마틴 챌피는 멍청한 남자이었다. 그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나는 그저 서있었다. 귓가를 지나치는 반딧불의 소리를 무시한 채로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이었다. 마틴 챌피는 천천히 흐려지었다.
다시 몇 주가 지났다. 결국 그 멍청한 남자는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했다. 나를 보며 마틴 챌피가 말했다. 고칠 수 있을까요? 그 대답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마틴 챌피의 기억이 흐려지는 것이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생각이 맞아요.”
마틴 챌피는 부드럽게 대화를 이었다. 또 읽어버린 것인가?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진실 된 눈동자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매력적인, 말 그대로 매력적인 마틴 챌피는 나를 보면서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들어줘요, 닥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애원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매혹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새 찻잔의 차는 식어가고 있었다.
“어떤 말을 들어야할까?”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만 주세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하지. 당신의 기억이 흐려진 것부터 이야기 하면 좋겠군.”
“이렇게 된 것은 좀 지났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한 시간도 꽤나 가졌죠.”
“부정의 단계를 거쳤으면 이제 분노의 단계인가?”
“농담하지 말아요. 닥터.”
“농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않나?”
“그 사실은 알고 있어요. 다만 불안한 것은, 이 기억이 사라진다면 ‘나’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만 같다는 사실이에요.”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의 기억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틴 챌피가 흔들리는 것도, 그리고 불안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또 입을 열었다. 맞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제멋대로 생각을 해버렸더니 그 것을 그세 읽어버린 마틴 챌피가 어쩔 수 없어요. 마음을 읽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는 걸요. 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틴 챌피의 얼굴에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일시적 후유증이 아닐까 싶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렇지만 후유증 치고는 너무 긴 것 같은 걸요?”
“능력의 대가가 크군, 마음을 읽는 대가가 기억이라니.”
“닥터 또한, 그런 것을 다 알고 있어요.”
허를 찔러버린 말에 나는 선글라스를 내려 탁자에 올려두었다. 진실 된 두 눈동자를 감히 위선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런 마틴 챌피가 기억에 대해 불안감에 빠져 위선에 가득 찬 나를 찾아온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닥터, 당신의 생각은 다 들려요. 아, 잊어버렸군. 그는 별 것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신 곁에 있던 능력을 약화시켜주던 능력자는?”
나는 그렇게 물었다. 마틴은 대답을 조금 늦게 답했다. 글쎄요. 몇 주 전부터 그가 보이질 않아요. 라고 대답한 그의 눈동자는 조금씩 흔들려서 혼동이 오고 있었다. 그가 키워드인가? 아차 한 순간에 또 읽혀버렸다.
“꽤나 힘든 삶을 살고 있군, 당신은.”
“보다는 꽤나 안락한 삶을 살고 있죠.”
“무엇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덮어두는 것이 좋을 거야.”
“걱정 말아요 닥터, 당신의 깊숙한 곳에 있는 내용은 아직 읽지 않았으니까요.”
“기억이 멍청해지는 것을 알고서도 나를 읽겠단 소리인가? 재미있군.”
“그러지 않으면, 불안한 걸요, 가령 당신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더니 이상한 소릴 하는 군, 내 생각엔 당분간은 능력을 쓰지 않은 것이 좋겠어,”
“그랬으면 저도 좋겠네요. 말 대로 이루어질 일이라면 저 또한 그랬겠지요.”
“이만 가봐, 당신과 이야기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아.”
“그렇습니까? 역으로 전 매우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닥터, 또 봐요.”
그가 나간 뒷모습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모를 것만 같았다. 그 남자가 그렇게 자신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두려우면서 제어를 해주는 남자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 모순이었다. 더욱 알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은 나는 관두었다. 그가 말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깊숙하게 박혀있는 나의 오만은 언젠가 나를 찌를 것을 알고 있었다. 눈앞이 잠시 캄캄해졌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을 더듬거려 선글라스를 다시 눈에 씌웠다. 캄캄해진 세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나는 궁금함에 빠졌다. 자주 걷지 않는 길을 걸어 그랑플람 건물 앞에 서있었다. 그가 말한 것이 도무지 마음에 걸렸다. 그랑플람의 건물은 찾아간 것에 무색하게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그랑플람 재단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열려있던 그곳이 닫혀있다는 것이 불편한 일이었다. 결국 수소문해 그 남자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엘리어트’ 이었다. 마틴 챌피가 대답을 회피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재단의 브루스가 마틴에게 붙여주었다는 남자, 그 남자가 왜 행방이 묘연한 것일까? 궁금했지만은 나는 더 이상 파고 들어갈 수 없었다. 더 이상 파고든다면, 그 또한 나의 깊숙한 비밀을 파헤칠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이것 꽤나 즐거운 일이다. 마치 러시안 룰렛을 돌리는 것 마냥 즐거운 게임이 될 것 같았다.
“그 남자를 왜 찾습니까?”
결국 꼬리를 잡힌 건 내 쪽이 되었다. 의사로서 당신에게 충고해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한 방법이라 나는 대답했다. 거짓말. 그 말에 나는 의기양양하게 태도를 굴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감시하고 있었어요.”
“그렇군, 그래서 죽였나?”
“… 대답하지 않겠어요.”
“죽였군.”
나는 당신에 대해서 좋은 평을 내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의 표정은 새하얗게 굳어가고 있었다. 마틴 챌피, 당신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있을까?
“당신 멋대로 정하지 말아요.”
“대답이 꽤나 즐겁군.”
“당신 또한, 이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렇습니까? 당신의 가장 큰 마음을 읽었거든요.”
나의 가장 큰 약점인 그 것에 나는 웃음을 내비추었다. 그것이 무엇이 잘못이지? 나의 이득을 위해서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 나는 말했다. 아, 그가 원하는 대답은 이 것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의 눈을 통해서 정답을 깨달았다. 우습기도 하지. 저 남자가 원하는 대답은 결국은 이 대답이었다. 온전치 않은 정신을 담보로 그는 그의 이득을 얻어낸 것이다. 왜인지 모를 희열이 마구 솟아났다.
“결국은 당신은 당신의 보호막과 같은 사람을 당신의 이득을 위해 쉽게 죽였다는 것인가? 당신에 대한 평을 다시 내려야겠어, 이리도 치밀하고 계획적이라니, 마틴 챌피, 당신은 정말 매력적이군.”
“칭찬은 고맙지만 닥터, 그래서 기억을 지킬 방법은 있을까요?”
“당신 스스로가 당신의 보호막을 깨트렸으니, 어찌 당신의 기억을 보존할지, 지금 당신의 몸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뚫린 구멍을 모래로 천천히 막아내는 것이 전부겠지.”
완강히 부정적인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었다. 그의 이득이 무엇이었을까?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은, 우리는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나와 매우 닮은 사람이었다. 방법이 다른 닮음이었다.
“그래요,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러겠죠, 당신 또한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거기 까지는 읽어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꽤나 매력적이니 넘어가지.”
“이 일은 당신 외에 아무도 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또한, 내 치부가 들어나는 것은 원치 않거든.”
“다음에, 다음에 봐요. 닥터.”
“조심히 가라고 ATTRACTIVE. 다음에 볼 땐 조금 더 매력적이길 바라지.”
나는 그렇게 말했다. 소름끼치는 능력이었다. 모든 것을 읽혀버린 기분이 들어 선글라스를 내려놓았다. 그는 그리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마틴 챌피, 그 남자는 기억을 천천히 잃고 있었다. 그 스스로가 자신의 보호막이 되어줄 남자를 해쳤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러시안 룰렛이 천천히 멈추고 총알은 누구를 향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총구를 든 것은 그도 아니고 그리고 나 또한 아니다. 그 총구는 답이 없었다. 총을 내려놓고 서로의 눈동자를 읽었다. 아슬아슬한 그와 나 사이의 러시안 룰렛은 이미 사라졌다. 같은 것을 추구하는 이라니 어찌 놓을 수 있을까? 재미난 사람이다. 그가 읽어버린 것은 아마도 나의 과거이자 시작일 것이다. 피 바람이 불던 그 사이에 유일하게 빛나던 반딧불, 그 것이 바로 나의 사라지지 않는 과거이자 오명이 될 것이다. 그 과거처럼 같은 것을 행하는 그 남자의 존재, 자신과 같게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그랬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 같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동질감이 나는 그 남자에게 들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 남자가 바란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자신이 바란 야망이 뚜렷하게 같음을 말하고 있었다. 하하, 헛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입가에서 내뱉어지고 있었다. 마틴 챌피라는 남자에 대해서 정의를 다시 내려야할 것만 같았다. 그는 전혀 유한 사람도 아니다. 그것을 다시 확립한 것이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다. 야망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나와 같다.
그가 나간 뒤 문을 나는 잠그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같은 상황에 닥친 지금 그는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될 것이었다. 밖이 고요한 것이 곧 비가 쏟아질 듯 고요한 침묵이 무너지고 있었다. 마틴 챌피, 당신이 바라는 이상향이 무엇일지 매우 기대가 될 것 같아. 이윽고 비는 천천히 내렸다. 부디 빗소리에 당신이 듣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
친구와 내기를 하다 져서 연성빵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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