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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쌍창 - 간발의 차이로

한여리 2014. 10. 18. 00:41

이것도 단편집에서.. 넹 그렇습니다

20페이지만


- 1 -

 

나와 함께 가자 로라스.”

그 유혹적인 말을 나는 고개를 저어 반대의 의사를 내비 출 뿐이었다. 그 순간의 그의 표정은 조금은 실망한 듯 멋쩍게 웃었다. 다짜고짜 그런 소릴 해서 미안하다고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게 아니었다. 나 또한 너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것이 아니기에 나는 너의 제안을 거절하고야 만 것이다. 드렉슬러가 등을 돌린 채로 걸어갔다. 헬리오스 회사를 등지고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단 사실은 변할 수 없었다. 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없어. 지겹게도 돌아오는 족쇄는 멈추지 않았다. 손목이 시큰거렸다.

 

대부분의 능력자가 그렇듯 후유증이 시작되었다. 무리하게 신체의 능력을 한계까지 꺾어서 사용한 하늘을 거스린 죄, 그 죄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헬리오스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이라고 공표했다. 연합과 지겨운 싸움이 끝난 것이었다. 기적적으로 끝난 전쟁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갑옷을 입고 싸울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등을 지키던 것도 모두 끝이 나버린 것이다. 거짓말처럼 더 이상 그의 등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모든 힘이 풀려버렸다. 그렇게 가볍다고 생각했던 마상창의 진실 된 무게는 감히 생각할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몰려온 것은 아니, 다가 온 것은 한 통의 편지이었다. 그와 함께 했다는 것을 죄로 물어 뒤집을 인간들이었다. 웃음기가 저절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것인가? 모두 다 사라져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리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다가 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너도 가는 거야? 아쉽네.”

조노비치 양.”

 

아쉽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조노비치 양이 물었다. 무슨 일로 그만 두는 것이냐고, 헬리오스에 조금만 더 머물러서 민간들을 마주하는 법을 익히라는 듯 그녀는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그녀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녀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그리고 사람들이 떠나는 것들 때문에 전쟁이 끝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놈도 가더니, 결국 회사는 텅 비게 되는 건가?”

여긴 조노비치 양이 있지 않습니까? ,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입술이 말라 왔다. 입술이 말라서 갈라져서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거짓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죽을 것만 같았다. 얼마나 더 포장하고 포장해야 이 더러운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타라는 알겠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방을 나갔다.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 것 만 같았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가 되어버린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었기 때문이다.

 

괜스레 투구를 매만질 뿐이었다. 이것도 저 것도 모두 드렉슬러가 자신에게 해준 것이다. 모두그와 함께 임을 다짐 했을 그 순간부터. 가슴이 미어질 듯이 아파왔다. 결코 그와 함께할 수 없는 이 추악하고도 더러운 이 이름 때문에 그와 함께 할 수 없다. 그의 등 뒤를 지켜주겠노라 약속하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편지를 찢어버렸다. 돌아오라는 간결한 말투는 아버님이 작성한 것이 분명한 것이었다. 간결하고도 무언의 압박이 담긴 그 강압적인 말, 늘 그런 식이었다. 엇나가는 것은 관두 거라, 제명당한 아이 따위와 함께 어울리지 말라는 그 소리를 어긴 것이 이렇게 잘못한 것일까?

 

고개를 무릎에 파묻을 뿐이었다. 그저, 그 것뿐이었다.

 

- 2 -

 

 

다시 하 거라.”

 

유년시절,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로지 강압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각도가 틀어진다면 바로 날아오는 힘의 충격에 어린 몸으로 버티고는 했다. 오로지 완벽을 추구하는 강압적인 그 모습은 몇 번을 보고 보아도 이해 못할 법했다. 끝없는 힘의 충격이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개가 된 것 마냥 행동주의적의 사람이 된 것 만 같았다. 손을 들기만 해도 움찔거리는 공포는 아버지에게 당연한 만족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날이 끊임없이 다가왔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어린 맘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사람들이 바라는 가식적인 얼굴의 흔한 귀족가의 아들이 되어주는 것이 전부이었다. 그렇게 바라는 것만큼 그렇게 대해주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맘에도 들지 않는 여성과 더럽게도 긴 왈츠를 추는 것이 그들이 바라는 아들의 모습일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저기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름을 말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숨이 막혀올 것만 같았다. 심장은 이미 두근거리다 못해 떨리고 있었다. , 이런 숨 막힘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경련이라도 일어나는 듯 떨리는 입술은 갈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알베르토, 로라스입니다.”

 

애써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부이었다. 속으로 나를 재고 또 재고 있겠지, 알베르토 가의 장남이라는 무기는 얼마든지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숨이 막힐 듯 풍겨오는 향수 향이 부담스럽다 못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벗어나고 싶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만, 그만이라고 되뇌어 보아도 그만 둘 수 없었다. 나를 누군가 구원해주기를, 나를 누군가 지켜주기를, 그렇게 말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 넓은 무도회장에 혼자가 되어있었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아. 속이 쓰릴 만큼 아파오고 있었다. 이 문을 박차고 나간다면, 따귀가 날아오고 죽일 듯이 온 몸에 피멍이 가득 할 것이다. 이 찬란한 샹드리에 아래는 아름답지 않다. 그저, 빛을 비추는 공간에 불과하다.

 

미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시끄러운 소리가 샹드리에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주먹다짐하는 소리가 생각보다 컸고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누가보아도 싸움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파트너를 잡았던 손을 놓고 이 과정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긴 했지만 영애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걸음을 옮겼다. 바닥에는 널 부러진 사람 하나와 위에는 와인을 뿌리는 사람이 있었다. 하필이면 쥐어 잡은 것이 레드 와인이었는지 바닥에 널 부러진 사람의 온 몸에는 붉은 와인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붉은 끼가 머물러있는 갈색의 머리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일어나서 와인을 문질렀다. 끈적거려 라는 소리가 들렸다. 딱 보아도 날카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불렀어.”

 

간단한 이유를 말하고는 머리를 쓸어 넘기는 꼴이 어쩐지 미묘했다. 아버지, 저 사람도 결국은 아버지에 묶여있는 건가? 묘한 마음이 들었다. 뚝뚝 덜어지는 와인이 바닥에 흥건했다. 그의 걸음걸이마다 가득했었다. 주변이 이상하게 시끄러웠다. 주변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의 이름, 그가 왜 그런 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그 길을 걷어차고 싶어 하는 특이한, 혁명가와 같은 사람이었다.

 

*******

 

그런 강렬한 인상을 가진 사내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기 전에 쉽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름,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걸음은 당당하고 굳세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기 전에 그는 나를 모르고 지나치기 바쁜 사람 같았다. 다시 만난 것은 의외인 장소이었다. 사내자식들의 땀 냄새가 가득한 연무장에서 그를 만났다. 화려한 앞의 세계에서도 외면을 받던 이는 여기서도 외면받기를 충분했다. 소문에 의하자면 그는 굉장한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라고는 했다. 선명한 눈빛이 그를 그렇게 만들기 충분했다. 고작 얼굴 한 번 본 것만으로 그와 아는 척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입을 다물고 그도 그 곳의 일원처럼 녹아 내렸다.

 

그래, 그렇게 스쳐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신 똑바로 안차려?”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급하게 땀으로 미끌거리는 창을 바로 잡았다. 우연치 않게도 그와 대련 상대가 되어있었다. 원래는 동기들끼리 대련 상대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는 이상하게도 짝이 없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홀수인 인원 탓에 짝이 없던 것은 로라스 그 또한 같았다. 그렇기에 기수가 다른 둘이 결국 대련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깊게 찔러오는 드렉슬러의 창을 겨우 막아냈다. 의외로 괜찮은 것을 본 것인지 드렉슬러는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 같았고 로라스는 묵묵히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그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평을 받았다. 아마도 그가 보기에 알베르토 로라스는 여리 여리하고 왜소한 체형 탓에 기사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았다생각보다 괜찮은 훈련을 해온 듯 했다. 다만 체형이 길고 마른 편이라 어디서든 우습고 어이없는 평가를 받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 이전에 알베르토라는 가문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가 않았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 듯 했다. 정작 그와 똑바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 말은 더럽게도 많았다.

 

그렇게 대련이 천천히 종료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연습용 창을 옮기는 것으로 대련은 마무리가 되었다. 흐르는 땀이 식기도 전에 로라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멀리서 드렉슬러가 이리저리 눈대중으로 뭘 보고 있는 가 했더니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갸웃 거리기도 전에 선배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탓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떤 경우인지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았다.

 

괜찮냐?”

무엇을 말입니까?”

저 새끼 마음에 안 들면 얘들 패놓곤 해서, 이상하게 멀쩡하군.”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실례가 안 되신다면 가보아도 되겠습니까?”

 

정중한 로라스에 말투에 그는 그렇게 비켰다. 귀족 나으리 님이 비켜달라는데 비켜줘야지, 약간의 비웃음이 달린 말이었지만 로라스는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저런 말을 하지 않는 자격지심에 빠져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많던가, 시답지 않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릿하게 손목이 아파왔다. 생각보다 힘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묵직하게 휘두르는 창에 중심을 잃어 넘어 질 뻔했다. 만만하게 볼 사람이 결코 아니었단 것이다. 그런 그가 왜 그런 평을 받는지, 그런 취급을 당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리오 드렉슬러, 그에 대한 말은 충분히 많았다. 가문에 먹칠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은 연회의 레이디들에게 들었던 소식이었다. 그녀들이 말하기를 결코 그와 서약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흔한 귀족 아가씨들이 기사의 서약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평판은 영 좋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그가 왜 가문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다리오 가문이 드렉슬러를 묶어 두려고 무리하게 결혼을 진행하다가 대놓고 영애에게 모욕적인 어휘로 결혼이 무산 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다리오 가문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그에게 선포했다고도 들었다. 귀족의 이름만 유지시키고 모든 지원을 끊어버렸다고 들었던 내용은 사실이었던 것 같았다.

 

이상한 사람, 하지만 부럽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문은 그저 자신의 이름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자신처럼 묶어내는 족쇄가 아닌, 그저 하나의 이름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를 특이하게 바라보는 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그는 그와 다른 사람이었다.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닌 오로지 그만의 길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에게 간섭받지 않는 그가 그는 부러울 뿐이었다.

 

- 3 -

 

시간이 조금 지났다. 어색하긴 하지만 그는 그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까지는 올라갔다. 아무도 그와 대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하게 고정적으로 대련 상대가 되어있었다. 그것에 있어서 로라스는 수긍한 편이었다. 다른 이보다는 확실히 실력이 있는 자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지 절반 정도 막았던 것에 이어 이제는 공격과 수비를 바꿔도 괜찮은 포지션이 나온 것이었다. 나쁘지 않는 조합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것은 대련이후 이었다.

 

, 키 컸냐? 뭔가 각도가 높아진 기분인데?”

그렇습니까? 조금 그런 것도 같습니다.”

 

드렉슬러의 말에 그는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다음에 보자는 형식적인 말로 드렉슬러가 답했다. 아직까지는 그와 그의 관계는 흔한 선후배 관계일 뿐이었다. 물론 그 또한 그렇게 선을 그었기 때문에 그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사람의 구분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신과의 선 또한 그렇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오히려 심할 정도로 굴었다. 확고한 사람이었다.

 

그와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는 조금 더 후의 일이었다. 드라군이 헬리오스에 소속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렸다. 그 소식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따로 단장과 따로 독대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미 그가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입김이 거기까지 간 것인가 로라스는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독대 이후에 알게 된 것은 그가 속해있는 조만 능력자들로만 구성해놓았단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묵묵하게 창을 닦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 또한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동질감? 자유를 가지고 있는 그와 같다는 동질감이 그를 감싼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쩐지 기사 놈 치고 마른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가 가지었던 큰 의문이 풀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라스는 실없는 웃음을 보였다. 누가 보아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그가 가진 신체적 능력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만큼 뛰어난 것은 이미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 묵묵하게 창을 닦고 있었다. 드라군에게 목숨과도 같은 창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굴어야 했다. 묘한 긴장감에 로라스는 숨이 조금 차올랐지만 천천히 호흡을 다잡았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온 몸이 긴장될 만큼 무서운 단어임을 다시 깨닫고 있었다. 막사를 세우고 출전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한 마음을 그렇게 애써 눌렀다.

 

*******

 

전쟁은 어린 그에게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이었다. 첫 날 그는 막사에서 구토할 정도로 심하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그저 전쟁이라는 단어를 책으로 만 한명의 학생이었던 기사에 불과한 아이었단 사실이었다. 이제야 성인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깨닫고 있었을 정도로 로라스는 심적으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코 만만히 보아선 안 되었다.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그 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이 현실로 다가 오고 있었다. 몇 십 명의 사람을 죽이고 손에 베어버린 붉은 색의 피는 몇 번을 손을 씻어 내어도 닦아 지지 않았으며, 문득 손의 냄새를 맡아보았을 때 속이 울렁거릴 것 같이 진한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며칠간의 공황상태가 지나서야 로라스는 그제야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심적으로도 그리고 육안으로도 보기에 지쳐보이었다. 겉으로 어른인 척 하던 그는 결국 속은 아직 덜 자란 애송이에 불과했다.

 

멍청한 놈,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습게도 심적으로 지친 로라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존재는 드렉슬러이었다. 어린 로라스가 생각하기에 그도 아직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산에 불과했다. 드렉슬러는 고작 그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느끼기에 그와 그 사이에 있는 벽은 그가 생각한 만큼 얇은 벽이 아니었다. 그 벽은 두껍고 큰 장벽이었다. 그 장벽은 그와 그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무리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드렉슬러가 가진 '경험' 이라는 것은 결코 무시할 것이 못됐다. 드렉슬러,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물론 그에게도 그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죄책감 또한 느끼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알베르토의 곁에 같이 남아있어 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구역질을 한 순간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가 보는 것은 아마도 어떤 식으로 이 '공포'를 알베르토가 넘어서는 것인지 가장의 최대 궁금사 인 것 같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 거다. 애송아.”

그래야겠죠.”

그러다가 가서 뒤질 수도 있다고.”

 

뒤에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드렉슬러의 표정에는 전쟁의 여운이 생각보다도 깊은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 덜덜 떨리는 로라스의 손을 보던 드렉슬러는 자리에 일어나서 나가 본다. 라는 짤막한 말로 로라스의 막사를 나왔다. 저 고비를 넘는 것도 저 녀석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드렉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드렉슬러는 아직 그가 처음 누군가를 죽일 때의 감촉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손에 닿은 꿰뚫는 감각이란 녀석은 여전히,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이었다. 수없이 가지는 죄책감을 평생 온 몸에 가지고 가는 기사의 뒷모습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다.

 

죄책감이라는 단어는 평생, 그가 들고 가야할 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다독여줘야 할 누군가가 있어야한다는 사실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옆에 누군가의 다독임이 없다면 미칠 뿐만 아니라 그의 능력을 악용할 수도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그는 최선으로 알베르토를 배려하고 다독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를 다독여줄 자신은 별로 없지만은, 그래도 인생을 조금 더 살아간 사람으로서 약간의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깊은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 것을 벗어나는 것도 그 것을 이겨내는 것도 본인이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해도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했다. 피 철갑이 되어있는 창만을 무겁게 바라볼 뿐이었다.

 

- 4 -

 

로라스가 속한 조가 전멸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간 곳에는 황폐한 공간, 쓰러진 전우, 그 사이에 유일하게 생존한 한 기사가 있었다. 그리고 육안으로 누구인지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창기사가 창을 놓을 만큼 큰 충격을 받은 듯해 보이는 그는 약간의 공황상태이었다. 그동안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옆에서 도와주었던가, 겨우겨우 식사를 하게끔 만들어두었더니 그보다 더 큰 충격이 로라스에게 닥친 모양이었다. 몇 분 전까지 전우이었던 이의 시신을 잡고 오열하는 꼴에 드렉슬러는 로라스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네 녀석이 여기서 울 자격이나 돼?”

 

드렉슬러가 성을 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로라스가 앉아 있는 곳은 편하게 울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집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로라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드렉슬러가 보기에 로라스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악의가 아닌 마음으로 로라스의 뺨을 후려쳤다.

 

천천히 로라스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그제야 로라스도 지금 그의 상황을 깨달은 것 같았다. 벽안의 눈동자가 급하게 주위를 보며 그의 창을 찾기 시작했다. 멱살을 잡은 것을 조금 강하게 풀었다. 그 반동에 휘청거리는 로라스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는 잔인해져야했다.

 

여기가 무슨 소꿉놀이나 하는 곳이냐? 그런 어정쩡한 마음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

 

드렉슬러의 말에 로라스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눈물을 거둔 로라스의 눈빛은 아까보다 달라져있었다. 과연, 그래도 알베르토라는 건가? 아무리 연약해보여도 결국 그도 강인하고 강철한 알베르토의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마른 입술에서 나온 말에 드렉슬러는 안도했다. 지금은 정신을 차릴 순간이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도 그들의 위치가 발각된 것 같았다. 무거운 갑옷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드렉슬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둘 다 죽을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왕실 호위대로 살아 올 수 있던 것은 정통한 그 말대로 옳은 창술을 했었기에 왕실 호위대로서의 지위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기에 드렉슬러는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세를 천천히 잡고 순간적으로 창의 회전속도를 높여 깊숙하게 던진다. 날카롭게 그의 시야에 잡을 녀석들이 보이었다. 적을 확인한 순간 훅하는 소리와 그의 손에는 창이 없었다. 이미 적에게 꽂혀진 상태이었다.

 

이게 무슨!”

못 본거다. 넌 지금 아무것도 못 본거야.”

 

숨기려고 해도 언젠가는 들통 날 것이 틀림없지만 로라스의 눈에는 가히 경이라는 단어가 박혀있는 것 같았다. 순간적인 창의 회전속도로 강력한 힘을 내는 창은 막고 찌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던짐으로 좀 더 강력한 힘을 내는 것이었다. 드렉슬러가 머리를 마구 뒤집었다. 그의 예상 밖인 일이라 그도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개발한 거다.”

 

, 드렉슬러는 로라스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로라스는 또 다시 그와 벌어진 격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왜죠?”

왜라니, 당연히 정통을 중요시하는 왕실에서 이딴 걸 인정할 것 같아?”

 

드렉슬러의 말에 로라스는 수긍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뛰어난 창술이었다. 감히 어떤 누구도 하지 못할 짓이었다.

 

애송아, 그 이전에 우리 둘 다 죽을 지도 모른다. 죽을힘을 다해서 싸우자고.”

 

그제야 로라스는 주변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운 살기가 주변에서 날카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바닥에 널 부러진 전우의 창을 다시 집어든 드렉슬러가 그들을 향해 창을 막힘없이 던져대고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고는 하지만 다수와의 싸움에 당연히 밀릴 것이 틀림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후에 누군가가 전투를 지원해 줄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이었다. 창을 던지는 것을 숫자를 세면서 던진다. 아마도 곧 한계점이 올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창을 던지는 것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되었다.

 

누가 죽을지 누가 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결과이었다. 하지만 드렉슬러는 약간의 희망을 보았다. 로라스가 생각 외로 잘 싸운다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의 체력은 무한대로 보고 전투에 대한 계산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었다.

 

몇 번 던졌다고 후들 거리는 자신의 팔만 아니라면 말이다.

 

드렉슬러는 그가 한계라는 것을 로라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전의를 상실할 것이 틀림없었고 그는 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된 이상 며칠 동안 전투를 나가지 말지 뭐, 라고 생각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로라스는 마음껏 뒤집고 있었다. 그의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녀석이었다. 또 한 번 생각하지만 역시나 알베르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존재이었다.

 

저 녀석이 만약 잘못된 생각을 가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적으로 돌리기 싫을 정도로 뛰어난 창술을 구상하고, 저 몸은 아마도 전투에 최적화 된 골격과 근육으로 이루어져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부디 이쪽도 신경써주었으면 했다. 아까 전에 한계라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취소하고 싶었다.

 

*******

 

드렉슬러의 숨이 가빠졌다. 약간의 현기증 또한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직 실험 작이나 다름없는 것을 마음껏 사용했으니 몸에 무리가 심각하게 오고 있었다. 첫째로 팔이 후들거려서 더 이상 무거운 창을 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으며, 둘째로 전시 상황으로 묽은 죽 덩어리로 추정되는 것만 먹어왔다. 셋째로 적이 너무 많다는 사실과 땀이 쏟아져 내릴 만큼 덥다는 것이었다. 일말의 희망이었던 지원군의 소식은 없는 것만 같았다. 귀는 먹먹했다. 귀가 마치 소리를 먹는 벌레에게 먹은 것 같이 소리가 죽어버린 것 같았다. 남아있는 소리는 거친 이들의 목소리뿐이었다. 싸워야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드렉슬러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 이상은 무리나 다름없었다. 빌어먹을 날씨는 너무나도 좋았으며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버려 갑옷은 이미 물먹은 솜 마냥 무거워졌다.

 

조금이라도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말이 쉽지.”

 

조금이라도 멈췄다가는 둘 다 죽을 확률이 높다, 애송아. 짤막하게 잔소릴 하니 로라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이 상황은 불리한 상황이란 것을 그는 알고 있던 것이었다. 숨이 차서 헉헉대는 꼴이 선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탈진할 것 같이 세상이 핑 돌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로라스가 몇 번이고 기웃거리고 왔다갔다 몇 번이나 그랬다. 그게 더 신경 쓰이는 것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드렉슬러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상황에서 둘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했다. 원망스럽게 박혀 있는 무거운 갑옷을 보았다. 선명하게 찍혀있는 왕실을 상징하는 것이 눈에 먼저 띄었다. 차라리 도망갈까? 도망 가버린다면 모든 것을 다시 그가 바랐던 대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드렉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곧게 서있는 로라스 꼴이 그의 생각을 반대하듯이 너무나도 곧았다. 젠장, 도대체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저 녀석 또한 한계라는 것이다. 눈에 띄게 느려진 속도라던가, 그리고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로라스의 호흡은 엉망이었다.

 

둘 다 살아남을 확률은 어느 정도가 될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야. 그럼 둘 다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짠다면 그 확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진심이십니까?”

반쯤은.”

 

로라스는 창을 고쳐 잡았다. 발목을 몇 번 땅에 쳐댔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번의 힘을 모두 써버려야만 할 것 같았다. 드렉슬러의 말이 옳다.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이려면 어중간한 것은 결코 될 일이 아니었다. 그가 뛰어 올랐고, 드렉슬러는 팔이 망가질 만큼 마지막으로 창을 던졌다.

 

둘이 눈을 뜬 것은 쾌쾌한 냄새가 생각보다 심한 병동이었다. 드렉슬러가 황급히 옆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지원군이 왔던 것이었다. 드렉슬러가 보았던 것은, 그것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렉슬러가 본 것은 엉망이 된 팔을 볼 뿐이었다. 그나마 의사가 말하기를 당신 몸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그 정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누가 무식하게 그렇게 창을 던질 것인가에 대해 의사는 몇 분이나 드렉슬러에게 충고를 가장한 잔소리를 할 뿐이었고 로라스의 몸은 생각보다 정상이었다. 괴물 같은 신체 능력에 드렉슬러가 감탄할 때 쯤 드렉슬러와 로라스 앞에 전혀 모르는 이가 서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은 헬리오스 회사의 스카우터라고 했다.

 

굳이 올 이유가 없을 텐데?”

 

드렉슬러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그럴 법도 했다. 이미 그들이 속한 조는 '헬리오스' 소속이나 다름없었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스카우터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알고 있는 사실이죠. 드렉슬러의 눈과 로라스의 귀가 착각이 아니라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상부에는 말해두었습니다. 당신들의 능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보았습니다. 헬리오스에서 함께 계속 영광을 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을 다물고 드렉슬러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린 것을 본 로라스는 드렉슬러를 빤히 쳐다보았다. 드렉슬러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가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에 대해 어떤 답을 내어줄지에 대해 드렉슬러는 아무 말도 없었으며 약간 큰 한숨 소리만 귓가에 어릴 뿐이었다. 고려해보겠습니다. 라는 정중한 말투의 드렉슬러의 말에 흡족한 듯 스카우터가 그들 앞에서 사라졌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이거 큰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

 

이거 큰일인데?”

 

드렉슬러가 그렇게 말했다. 그랬다. 정말로 큰일이었다. 그들의 능력이 생각 외로 좋은 급수를 받았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헬리오스로 출근해달라는 통보를 받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원래 드라군은 헬리오스 소속이기 때문에 이미 헬리오스 소속이나 다름없었지만, 헬리오스 본사로 가는 것은 다른 것을 의의했다. 그들이 '뛰어난 능력자' 임을 증명했다는 사실이었다. 듣기로는 스카우터라는 존재들이 능력자들을 평가하여 회사로 데려온단 소문이 있었는데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헬리오스로 간다는 두 명에게 그들의 단장은 싸늘한 표정이었다. 드렉슬러의 투창술을 스카우터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인 속도로 창을 던지는 것부터 해서 엄청난 원거리에서 던졌다는 사실은 드렉슬러의 재평가가 되었지만 그가 정통의 기술이 아닌 그 스스로 만든 이단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장은 입을 다무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시켰다. 이런들 저런들 해도 그가 이단의 기술을 쓴다는 소문은 곧 퍼질 것이었다. 하지만 드렉슬러가 헬리오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왕실호위대라는 직분은 유지시켜주었다. 그들이 헬리오스의 본사로 입사로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둘로 인하여 얻는 것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단장은 드렉슬러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예측하셨습니까?”

어느 정도는.”

 

드렉슬러가 마차를 타면서 말했다. 헬리오스 본사로 가는 게 발령이랑 뭐랑 틀리나? 라면서 속 편하게 말하던 드렉슬러가 그렇게 말했다. 그가 정말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드렉슬러가 죽을힘을 다해서 힘을 사용하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던 그이지만 그 결과가 이랬다. 드렉슬러는 이미 스카우터의 시선을 읽었단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최상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그들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 쯤 생각한 것이 옳았던 사실이었다. 드렉슬러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말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넌 그 호칭이 징그럽지도 않냐? 이제 기사단 안도 아니고 회사로 가는 같은 동기나 다름없는데.”

 

드렉슬러의 꾸중에 로라스는 애써 웃었다. 로라스는 그것이 편하기도 하고 익숙한 것이라고 답했다. 드렉슬러는 그에게 있어서 한 단계 위의 사람이라고 늘 마음속으로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로라스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면서 자꾸 답을 회피하려하자 드렉슬러는 답답해했다. 드렉슬러는 이미 '귀족'이 아니었다. 귀족이라는 것이 싫기 때문에 스스로가 직위를 걷어 찬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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